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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황선미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만난 이야기다.
아이들이 즐겁게 볼만한 재미있는 만화 영화로 치부하기에 이 이야기는 꽤 흥미롭고 많은 깨달음을 주는 말그래도 대단한 작품이었다.
갇혀있지만 저만치 자리한 마당을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지를 품은 암탉, 잎싹은 결국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잎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을 발견하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그 알을 품기 시작한 잎싹, 잎싹과 알을 지킨 청둥오리 나그네의 희생, 자신과 같은 닭이 아니어도 끝까지 아기를 지키는 잎싹의 사랑.
작가는 속지 첫 부분에 ‘참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작품에 내내 놀라고 있었다.만화 영화를 봤을 때보다 더 복잡한 감정들이 마구 밀려왔다.
주인공 잎싹의 해맑음, 소망, 초록이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응원, 희생 뿐만 아니라 절망, 좌절, 슬픔, 외로움,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허투루 볼 부분이 하나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어찌 아이들에게만 권할 수 있겠는가. 20주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누구의 마음에나 아름답게 자리매김할 이야기다. 잎싹이의 삶이 소망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 살아가는 내내 잎싹이의 삶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의 이야기가 곧 내 마음의 파수꾼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황선미 작가님, 김환영 작가님. 잎싹이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 소망을 간직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마당을 나온 건 잘한 일이야. 철망은 말할 것도 없고.’ (131)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163)
’저 애는 지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야. 우리가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청둥오리는 아기를 데리고 저수지로 가라고 했다. 그 말 뜻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청둥오리는 아기가 자라서 날기를 바랐고, 자기 족속을 따라가기를 바랐던 것이다.(171)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171)
”엄마, 내가 떠나길 바라?“
잎싹은 초록머리의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야지. 네 족속을 따라가서 다른 세상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만약 날 수 있다면 절대로 여기에 머물지 않을 거다. 아가, 너를 못 보고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만, 떠나는 게 옳아. 가서 파수꾼이 되렴. 아무도 너만큼 귀가 밝지 못할거야.“(184)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203)
20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