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장법>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독초‘라는 기묘한 소재를 중심으로 얽혀가는 인간 군상의 서사를 통해, 우리는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이야기의 중심에는 ‘독초’가 놓여져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과 그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권력의 실타래까지.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점점 선과 악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악을 어떻게 주장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독초는 얼핏 보면 죽음을 초래하는 상징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약초가 될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독초를 상징하는 인간의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주장은 정의로움을 띠지만, 때로는 그 정의가 폭력적인 정당성을 띠고 악으로 변모하기도 한다.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악의 주장법>은 그런 책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선과 악의 경계는 더 흐려진다. 그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정당화하며 살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