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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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사람도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저자의 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마당이다. 마당에서 흙을 고르고, 꽃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꽃봉오리 틔우는 봄을 맞으며 생의 기쁨을 새로이 알아간다. 그리고 다시 피지 않을 것처럼 떨어져 내리는 꽃잎을 보며, 사라지는 것들의 그림자 없음을 배운다. 집은 그곳에서 사는 이들의 생을 갱신한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집의 물성, 그 형체를 세운다는 뜻만이 아니다. 집을 지어 사는 삶, 그 자체를 생각하는 일이다. 집은 삶의 흐름을 바꿔놓고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무엇보다 시간을 되찾아준다.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순간들, 어쩌면 지나쳤는지, 잊었는지도 모를 시간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시간과 기억이 어우러져 이 모든 것이 구름처럼 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저자의 집이다.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 어느 정도의 타협과 기회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정을 앞두고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다. 타협을 하기로 했지만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또한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내면의 폭풍 속에서 꺾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마음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친 하루 일상을 마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 따뜻하고 안락하면서 나를 조금 나답게 만들어 주는 곳, 근심과 걱정 없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 그곳은 우리의 집이다.

작고 소소하지만 누구보다 넓고 큰 마음으로, 소중한 일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집과 누군가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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