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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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는 바로 월급날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월급날을 기다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월급날이 되면 꽃집으로 달려가 한 달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나 자신에게 꽃을 선물했다. 한 달을 기다려 꽃다발을 품에 안으면 그동안 힘들고 고생했던 모든 일들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였을까, 최근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어서 꽃집에 가지 않았다. 살다 보면 그런 날도,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데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더 커지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천천히 잠식되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제목처럼 저마다의 상실과 실패에 버거운 기억을 지닌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도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절대로 가볍지 않은 묵직한 감동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성된 책 속에는 각 계절에 달라붙은 저자와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삶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법은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과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의 삶은 평범하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기적과도 같은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알게 되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모르면 매 순간 불만을 가지고 살게 된다.

책의 귀퉁이를 접듯 나쁜 기억도 깔끔하게 접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제는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오늘 하루도 잘 버틴 나에게 먼저 감사하기로 했다. 접힌 페이지는 그저 접혀있을 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이렇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후에는 나쁜 기억도 추억으로 남아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한 달을 잘 버틴 나를 위해 계절에 어울리는 꽃을 고르던 설레이던 그 마음으로 오늘은 오랜만에 나에게 꽃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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