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 21편의 영화와 스무 개의 기억
이명연 지음 / 꽃피는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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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그 영화로부터 불려 나온 오래된 ‘기억’과 함께 정지 화면처럼 마음 깊이 저장된다. 지극히 사적인 느낌의 기록과 함께.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영화를 통해 삶을 말하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영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회한과 갈망, 실토와 누설 그리고 거부와 사랑의 기억을 담은 삶은 곧 영화이자 이야기가 된다.

걷는다는 것이 자주 삶의 비유가 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길 위에 설 때면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어서 크게 혼란스러웠다.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걷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다는 한 시의 구절처럼 나는 왜 이 길 위에 서 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어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어떤 영화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 어쩌면 누군가가 미리 써놓은 지루하고 따분한 소설이 아닐까 하고. 내 현실과 소설의 차이점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겨우 그거 하나뿐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영화도 엔딩 크레딧과 함께 끝이 난다. 그리고 영원할 줄 알았던 인연도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계절처럼 떠난다. 영화와 다르게 누군가의 인생에는 하이라이트도, 반전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잘못된 인생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그것 또한 누군가의 현실 혹은 인생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매 순간의 과도기, 그리고 아련하게 돌아보게 되는 영화 같던 찬란한 시간들. 어쩌면 타인의 영화에서 우리를 투영하게 될 수도 있다. 영화 같은 삶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그저 살아낼 뿐이다. 아름다운 영화에서 한 장면을 찢어내도 이야기가 영원히 연결되는 느낌처럼,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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