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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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가 바뀌지만 내년의 나는 여전히 귀여운 캐릭터 잠옷을 입고 대형 인형과 함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을 것만 같다. 나이가 들어도 흔히 말하는 지하철 1호선 광인처럼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과연 멋지게 나이 든다는 건 무엇일까?

나이 들어 배우는 피아노의 어려움을 작가는 몸소 실감한다. 건반 무게에 새삼 놀라고, 어릴 적엔 무시했던 손가락 번호를 필사적으로 읽으며 건반을 누르고, 노안이 찾아와 악보를 두 배로 확대 복사하는,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들이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속에 생생한 문체로 담겼다.

나이가 들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도전이다. 도전하려고 크게 마음을 먹어도 현실의 차가운 벽 앞에서 무너지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나이도 아닌데 ‘꺾였다’라고 말하거나 노인과 늙음, 노후라는 단어에 대해 고리타분하고 뒤처졌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물론 젊은 피아니스트처럼 멋지게 연주하거나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의 화려한 연주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에도 다시 한번 도전하고자 했던 그 시절, 그 마음을 떠올리며 건반에 두 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삶의 후반전에 무엇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서 배울 수도 없다. 그저 스스로 발견해 나가야 한다. 그게 피아노든 다른 무엇이든 우리에게 안온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는 헛짓거리 혹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결국 나의 삶을 구원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남은 내 인생이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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