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붕어빵과 타코야끼를 사 먹기 위해 가슴 속에 이천 원을 품고 다니고, 직장인은 1년 365일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당연하게도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지 않고 다니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와 회사는 우리에게 언제나 타오르는 열정과 끊임없는 혁신을 원하지만, 그것도 사회초년생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일에 익숙해지고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며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느낀다.퇴사하고 싶은데 내가 사장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들은 말 중에서 제일 재밌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회사에 소속된 게 아닌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내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늙은 웹기획자>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고민하고 있던 현재의 내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패션 및 악세사리 공예인데 패션과 악세사리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유행이 빨리 지나간다. 또한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도 많고 같은 기간에 여러 가지의 유행이 몰릴 때도 있다. 항상 마음 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산다. 점점 톡톡 튀는 개성과 독특한 감각을 가진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내가 이 직업으로 얼마나 더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차라리 오랜 전통과 역사를 추구하는 N년 전통의 국밥집이라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싶다.그래도 일단 버텨 보기로 했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 있듯 일단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뿌리내리고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이 혼란함을 즐기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삶은 누구보다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