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의 안시내 작가와 나이가 비슷한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들어, 내 마음을 한참이나 돌아봤다. 요즘 애매한 어른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자꾸 든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고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일상 속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그것들은 정말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사실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가끔 생각한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삶에도 이정표나 표지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내 간사한 마음을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날은 누군가 발견해 줬으면 한다. 내 마음이 간사한 건지 내가 간사한 건지 그 경계가 희미해지는 날이 많아진다는 건 무슨 징조인 걸까.우리는 이미 태어난 생에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내가 겪는 이 모든 우울이 안간힘을 써서 다시 태어나려고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한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터널 속에서 출구를 찾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가 출구를 마구 두드리고 있을 테니 그 소리를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말해 주고 싶다. 20대의 여정을 지나는 길은 여행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