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 빠져 그의 모든 작품을 찾아 읽던 때가 있었다. 쉽고 간결한 문체 속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잔혹할 만큼 사실적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꼬집어 내는 게 매력적이었다. 기존의 블랙 유머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과 따뜻한 위로가 가득 담긴 <코로나와 잠수복>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수록된 작품 모두 일반적인 단편 소설과는 다르게 신기한 체험담이나 비과학적 괴담, 비일상적 판타지를 담은 장르 소설이라는 점이 독특했다. 몇 년 동안 계속되는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 줄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단편 소설집이 아닌 어른들의 동화책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등장인물과 우리의 모습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비범한 존재들이다. 편히 숨 쉴 틈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처럼 신비로운 인물들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고민을 해결하고, 새롭고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이처럼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평범한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따스하게 위로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지는 않지만, 우리는 삶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쏟아지면 흘러내리는 순간들과 가지고 있기 힘들지만 버리기도 힘든 것들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마음만으로 안 되는 일이 허다하고, 어떤 건 아예 마음에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삶의 옹호자가 되면 어느 순간 내 삶도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