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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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것이 사랑인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말처럼, 부재가 느껴질 때 비로소 사랑임을 깨닫는 건 생각보다 더 슬픈 일이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를 읽다 보면 죽음과 자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꼭 '자살'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 '살자'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같은 아픔과 슬픈 기억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아이바와 이치노세 둘의 모습에서 감정이란 언제나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살았던 둘은 어느 순간부터 그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하는 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변해갔다.

애정이 어린 마음을 주고받는 건 몇 번을 해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바와 이치노세 또한 매번 다른 애정의 크기에 익숙한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이란 그릇의 크기가 비슷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죽음에서 삶으로의 한 걸음을 함께 나아간다.

모두에게는 저마다 눈 감기 어려운 새벽이 존재한다. 영원한 건 없지만 영원히 특별한 순간은 있다는 말처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고 내일 다시 새로운 생을 맞이하려는 노력은 지금 당장 빛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생의 주기를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끝은 죽음이 아닌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다.

어떤 사랑은 수명보다 길었다. 책을 덮어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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