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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는 없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으면서 책의 전반에 깔려있는 막연하면서도 서글픈 이 감정선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직관적인 제목에 이끌린 것도 있지만, 책의 도입부는 추리소설의 마지막 반전을 읽는 듯한 강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픈 상처와 과거를 책으로 풀어내고 공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힘겹고 서글픈 순간들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 굳이 감춰뒀던 것을 꺼내 보는 날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척하며 취기를 빌려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날도 있다. 세월이 흘러 그 감정들이 조금은 무뎌지면 과거의 이야기들이 내 존재의 의미를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는 가끔 내 인생을 물에 비유하곤 한다. 물은 형태도 없고 색상도, 향도, 맛도 없다. 형태가 없기 때문에 물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네모 모양 그릇에 물을 담으면 각진 모양대로 외로움에 날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별 모양 그릇에 물을 담으면 내 인생은 찬란한 별이 된다.
우리의 인생에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게 아닌,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과 이유가 될 수 있다. 내가 태어난 이유와 존재 가치, 내 인생의 불꽃은 무엇인가를 찾아야만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니다. 누구나 살아야 하는 준비가 되어있고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의 목적이 된다.
어딘가 슬프지만, 그 자체로도 벅찬 게 내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