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소호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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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말한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그래도 갈 것이다. 분명 네 손을 잡으면 지옥이 시작되는 줄 알면서도. (14p 인용)

만남이란 무수한 필연과 우연이 적절히 섞여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야 하고 불의의 사고가 없어야 하고 우연한 계기가 있어야 하고 필연적 호감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그 모든 경우의 수 중 우리가 만났다는 것인 인연의 결괏값에 감사했다. 슬프지만 그렇게 행복하고 벅차던 순간들이 있었다.

사랑은 그 자체로 감정의 과잉이다. 친절하지 못했던 이별처럼 그리움도 불친절하게 찾아오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너무 쉽게 무너졌고, 곧 무뎌질 걸 알면서도 내 감정을 묻어두지 못했다. 혼자 무너지는 이별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잊는 것 또한 사랑일까.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는 시간은 무척 짧은데 나가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렇게 이별은 요란하지만 사랑은 덤덤하다. 그리움은 희미해지는 게 아닌 더욱 진해지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이제는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시인의 시 <빈집>의 첫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을 서평을 쓰는 내내 훔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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