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강변 극장 - 그래서 영화 애호가로 산-다
차주경 지음 / yeondoo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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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언제나 명장면이기를 바랬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았다. 영화 같은 전개, 영화 같은 사랑, 영화 같은 이야기. 이런 영화 같은 낭만을 바라고 원했지만, 오히려 현실은 낡아빠져 끼긱 소리를 내며 간신히 돌아가는 단편 필름에 가까웠다. 그럴 때면 내 세상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책의 차례를 훑어보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있는 걸 발견했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잔잔하지만 뜨겁게 타오른다. 여름이라는 계절 때문에 뜨거운 걸까, 사랑에 빠져서 뜨거운 걸까.

내 청춘과 사랑 또한 여름이었다. 엉망이면서 서툴고 어색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면서도 민망해진다. 어리고 미성숙한 청춘은 쏟아지면 흘러내리는 순간들로 가득했고, 저물어 가는 여름밤처럼 황홀했지만 가혹했다. 올리버가 떠나고 온통 여백뿐인 청춘으로 남은 엘리오처럼.

작가님의 말처럼 삶이 영화이기에, 때로는 어떤 영화는 삶이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모두 아름다워서 슬프고, 슬퍼서 아름다웠다. 내 삶 또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닮았기에 슬프지만 그렇게 행복하고 벅차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마냥 사탕처럼 달지 않은 삶이라도 결국 끝까지 묵묵하게 살아내는 게 삶이라는 것도.

삶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희미해진 흑백영화라 하더라도 내가 살아갈 날들은 늘 밝게 빛나고 있다. 누군가 컷을 외치지 않아도 어두운 곳에서 밝게 보이는 행복을 향해 계속 살아가야지. 삶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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