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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주에 읽은 한스다트의 전작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의 다음 이야기다.
읽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있진 않을까 궁금했는데, 다행이 같은 번역가가 바로 번역해서 나왔다. 인간과 더불어 사는 신이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소재는 참 기발하다. 가족도 있고, 아들도 있다. 친구도 있는데, 외로운 신이라니. 특히나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걸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할 수 없다는 말이 안타까웠다. 인간은 신이 되길 꿈꾸지만, 막상 신은 피곤하다. 더 이상 믿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너무 정신없이 흐르는 세상에 예전이 그립기만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으로써 상상할 수 있는 신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야 말로 머리가 큰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랄까.
이번 책은 전작보다 더 격렬하다. 제목부터 “악마”가 언급되다 보니, 좀 더 느슨하고 도덕에 구애받지 않는 야곱과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예전 같으면, 타락한 인간들이라고 부를만 하지만, 어쩐지 욕까지 할 만한 모습은 아니다. 아무곳에서도 볼 수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악마가 보여주는 지옥의 모습이 안타깝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웃소싱이니 원가절감이니 하는 얘기를 악마로 부터 들으니, 이건 뭐 “내가 사는 지금 이 곳이 천국이자 지옥의 모습”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악마나 신이나 참 살기가 팍팍하다. 먹고 살 걱정은 없지만, 삶 그 자체가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제목 그대로 악마도 그저 인간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어쩌면 인간은 신 혹은 악마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