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더 이상 보러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몇 년전까지는 꾸준히 TOEIC이라는 시험을 보러다녔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러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보니 시험은 늘

“평상시 공부하는 걸로 치르고 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그 시험은 2년이 다 되기 전에 갱신하자는 데 의의를 뒀었다. 금요일에 늦게 퇴근해서, 다음 날 아침이 시험날인 걸 알고, 허둥대며 고사장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컴퓨터 싸인펜이라는 게 학생이라면 자주 쓰는 것이라 필통에 몇 개씩 있지만, 직장인에게 꼭 그렇지는 않은 필기도구다.

“필기도구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성적이 중요한 거지. 점수말야. 그런 건 학교앞에 가서 사면 돼!”

하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학교앞 문구점이 문을 열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음 번에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막상 문구점이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애가 탈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졸업식의 꽃다발 마냥, 고사장 앞에서 근처 영어학원 팜플렛과 함께, 컴퓨터 싸인펜을 나눠주는 분들이 있었다. 처음엔 맘에 들지 않았다. 저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싸인펜 받아가시구, 시험 잘보세요!”

라고 말하지만, 웬지 내눈엔 그것이 낚시바늘로만 보였다.

' 후후후, 싸인펜을 챙겨오지 않아서, 이걸 받아가는구나. 어쩐지 꼼꼼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지. 공부도 열심히 한 것 같지 않고 말이야. 여기 우리학원 팜플렛도 함께 있으니, 끝나고 나면 꼭 한 번 읽어보렴. 무려 만점 강사님께서 함께 해주실것이야! '

TOEIC 시험을 볼 때는 이제 컴퓨터 싸인펜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연필로도 OMR카드를 작성할 수 있기때문이다. 영어시험의 성적이라는 게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이후로도 몇 번이나 시험을 보러 갔었지만, 야무지지 못한 성격탓인지, 기를쓰고 공부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두고 익히다 보면, 성적도 자연스레 오르겠지 라고 넉살좋게 생각하고 말았다. 딱히 연연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세 좋게 공부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 방법이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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