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92쪽
적당히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경제가 안정되면 투자를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는 투자와 성장을 위축시켰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겁주기 위해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아범'같은 것에 불과. -93쪽
Thing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94쪽
미국의 보호주의적 과거를 이야기하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보통 미국이 보호주의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보호주의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반박한다.
'유치 산업론'을 이론을 정리한 최초의 인물은 해밀턴이지만 그가 사용한 정책들 중 많은 부분은 1721년부터 1742년 사이 영국을 다스렸던 이른바 최초의 대영제국 수장 로버트 월폴에게서 베껴 온 것들이다. 자신들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쓰지도 않았던 정책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다음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해라'-102쪽
Thing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기업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적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의 국적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108쪽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순수한 이기심 이외의 모든 동기를 고려할 만한 가치도 없는 것으로 일축해 버리지만 '도덕적' 동기는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115쪽
도덕적, 역사적 이유들도 중요하지만 초국적 기업들이 자국 편향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6쪽
외국인 투자가 많은 경우 새로운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가 아니라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 투자(brownfield investment)라는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외국인 직접 투자 중 브라운필드 투자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국제적 인수 합병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1년에는 이 수치가 80퍼센트까지 육박하기도 했다. -119쪽
국내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최소한 일부 산업만이라도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 기업을 육성해서 외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120쪽
세계화론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전략 수립과 같은 수준 높은 기업 활도듸 기지를 어디에 두는지를 결정하느 데에는 아직도 기업의 국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기업의 국적만이 아니다... 외국 자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123쪽
Thing 0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부문이 덜 중요해졌다는 의미에서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산업화 단계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은 생산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다. 또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수출 능력이 떨어진다. -124쪽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부자 나라들 역시 아직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 제조업은 여전히 이 나라들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129쪽
탈산업화가 되어 간다고 느끼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은 '착시 현상' 때문이다. 실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단지 통계 처리의 변화 때문에 탈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 급식, 청소, 기술 지원 등은 사실 그 자체로는 서비스에 속하지만 제조업 기업 안에서 이루어질 때에는 제조업의 실적으로 잡힌다. "아웃소싱 효과"-129쪽
제조업이 쇠퇴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보이는 원인으로 이른바 "재분류 효과"가 있다. -> 여전히 제조업을 하고 있는 일부 업체가 자기 회사의 업무 중 생산보다 서비스가 훨씬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면서 통계청에 서비스업으로의 등록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130쪽
중국('저비용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제조업 제품이 엄청나게 수입되면서 부자 나라들의 제조업이 사양길을 걷게 되었다는 주장 <-> 탈산업화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고작 20퍼센트 안팎에 불과함-130쪽
국민 경제가 부유해지면서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서비스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 때문 <-> 서비스의 가격이 제조업 제품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비싸지기 때문... 제조업 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즉 상대가격 변동을 감안해서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를 측정하면) 하락의 규모는 미미하다. -> 제조업 제품의 상대가격은 왜 떨어지는가?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빨리 향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31쪽
금융 혁신은 금융 상품의 위험성을 실제로 줄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감추는 데 불과한 것이었고, 그에 바탕을 둔 금융 부문의 급속한 성장은 결국 지탱할 수 없었다.
부자 나라들의 국민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주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 제조업 제품의 수입이 대거 늘어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수입 제품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몇몇 부문에 국한되어 있다.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134쪽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심지어 부자 나라들도 이른바 탈산업 사회로 접어들었는지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제 부자 나라들의 대다수 국민은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상대가격의 변화를 감안하면 부자 나라들의 생상과 소비에서 제조업 부문의 중요성은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대다수의 서비스는 생산성이 느리게 성장한다. 그리고 생산성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첨단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들은 강력한 제조업 없이 발전할 수 없다. 더욱이 서비스는 국제 교역이 어렵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이 서비스 산업에 특화하는 경우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직면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경제를 고도화시킬 능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탈산업 사회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140쪽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소득 분배가 극도로 불균등한 미국과 상대적으로 소득 분배가 고른 다른 선진국을 이렇게 평균 소득만으로 비교해서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짐작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훨씬 더 오래한다... -142쪽
국가 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중 1인당 소득, 특히 구매력 평가지수로 표시한 1인당 소득이 그나마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여가 시간의 질과 양, 직업의 안정성, 범죄의 공포로부터 해방, 의료 혜택, 사회 복지 등 '질 좋은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다. 개인마다, 그러나 나라마다 이런 요소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것들과 소득 수준 사이의 균형을 어떤 식으로 맞추는 것이 좋을지는 각자 정하기 나름이지만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153쪽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정체를 불러온 진짜 요인은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하도록 강요받았던 자유 시장 경제 정책이다. 역사나 지리적 요건과는 달리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154쪽
아프리카가 스스로 일어나 두 발로 설 수 있는 희망은 진정 없는 것일까?
아프리카의 성장 비극은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 지역이 보이고 있는 저조한 성장률은 결코 만성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1980년대 이전에는 괜찮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사실은 이 지역이 겪고 있는 비교적 최근의 정체가 '구조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159쪽
1979년 세네갈을 필두로 해서 197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은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 기관들이 조정하는 배후의 부자 나라들이 제시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의 조건으로 따라 온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반대로 이 정책들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60년대와 70년대에 가까스로 성장시켜 놓은 일부 제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161쪽
구조 조정 프로그램과 그 뒤를 이은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은 빈곤 감축 전략 계획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들을 시행한 결과 아프리카 경제는 30년 동안 성장을 하지 않는 정체기를 맞았다.
결국 '더 좋다'는 정책, 즉 자유 시장 정책을 30년 동안 시행한 후 아프리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80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의미이다.
1980년대 초 성장이 자취를 감춘 이후에야 아프리카의 미미한 경제 성적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162쪽
천연자원을 가진 것이 저주라고 말하는 것은 부잣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버릇이 나빠져서 인생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164쪽
추운 기후가 더운 기후보다 경제 발전에 더 좋다고 믿을 만한 선험적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아프리카의 저성장이 기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저상장의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는 것이다. 나쁜 기후가 저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의 결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164쪽
부자 나라들이 다민족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단일 민족이어서가 아니라 국민 통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67쪽
문화라는 것은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168쪽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성장 실패를 경험한 주된 이유는 정책, 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 특정 자연 조건이나 역사적 배경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나 겪는 문제가 정책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장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69쪽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있으면 오히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필요하면 더 나은 정보를 획득하여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170쪽
유진 블랙(Eugene Black, 세계은행 역사상 총재직을 가장 오랫동안 수행함(1949~1963년)이 개발도상국들은 고속도로, 일관제철소, 국가 원수의 기념비라는 세 가지 상징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난. -> 흔히 '흰 코끼리 프로젝트'니 '사막의 성'이니 하는 표현도 당시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cf. white elephant project : 불교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흰 코끼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왕권의 정당성과 위엄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을 시킬 수 없는 짐승이다. 보기에는 번드레하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 데다 실질적인 이용 가치는 전혀 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171쪽
국제 무역의 정설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교 우위론을 따르자면 한국처럼 노동력이 풍부하고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철강 같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172쪽
성공적으로 유망주를 골라낸 것이 동아시아 국가 정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세기 후반 프랑스나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정부 등도 보호 무역이나 보조금 지급, 국영 기업에 의한 투자를 통해 산업 발전을 성공적으로 입안하고 지휘했다. -178쪽
정부가 유망주를 고르는 것이 일부 기업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은 있지만 사회 전체적 시각에서 보면 더 나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181쪽
문제는 정부가 유망주를 선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그럴 능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의 승률을 높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정치적 의지가 충분하면 정부의 승률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182쪽
고르는 주체가 기업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유망주는 항상 선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성공한 경우는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서 선택했을 때이다... 민간 기업의 유망주 선택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혹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거대한 가능성을 모두 놓치고 말 것이다. -183쪽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트리클다운(trickle down)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 그리고 '성장 감소를 부르는 빈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의미를 양분해서 말하는데,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의 첫 번째 단계는 설득력이 없다.
윗부분에서 창출된 보다 큰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현상'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트리클다운 현상이 조금씩 일어날 수 있으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 두면 그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cf. 트리클다운 효과, 아궁이 효과, 적하 효과, 떡고물 효과-184쪽
리카도 같은 열렬한 자유 시장론자와 프레오브라젠스키 같은 극좌파 공산주의자가 만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들은 모두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극대화하려면 투자 가능한 잉여 생산물을 '투자자'의 손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 사이 다른 점은 이 '투자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뿐이다.
오늘날 "부를 재분배하기 전에 먼저 부를 창출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궁극적으로 잉여 생산물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0쪽
아래로 흐르지 않는 물 : 이와 대조적으로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의 경우에는 설사 '부자에게 유리한 재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에 따른 성장의 혜택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세금과 소득 이전 정책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상당한 양의 물이 밐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복지 국가라는 이름의 전기펌프가 필요한 것이다. -195쪽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추진되기만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득 재분배'가 경제성장까지 촉진 한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많다는 점이다.
상당수 학자들은 소득 불평등의 수준이 낮으면서 빠른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던 '자본주의 황금기'는 이 같은 매커니즘이 작동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196쪽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198쪽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효율적이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생산성에 걸맞은 높은 보수,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높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문제는 그들의 능력이 현재와 같은 보수 차이를 정당화할 만큼 뛰어난가 하는 것이다. -200쪽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논리, 즉 모든 사람은 각자 생산성에 따라 응당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충실하자면 CEO 대 노동자의 보수가 30~40배에서 300~400배가 되었다는 말은 미국의 CEO들이 1960~1970년대에 비해 10배나 더 효율적이 되었다는 뜻이다. -201쪽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쳐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
미국, 그리고 미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영국의 경영자 계층이 시장을 조롱하고 자신의 결정이 부른 부정적인 결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강해진 마당에 그들에 대한 적절한 보수 체계가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또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207쪽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 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이 기업가 정신의 부족 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209쪽
결론은 선진국 사람들보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 비농업 인구 중 자영업 종사자 비교 : 최빈국에서는 1인 자영 업체 종사자 비율이 66.9%, 방글라데시는 75.4%, 베냉은 88.7%. 반면 노르웨이 6.7%, 미국 7.5%, 프랑스 8.6% => 그런데 이런 비교가 기업가 정신(앙트르프르너십, entrepreneurship)에 맞는 수치인가? -212쪽
조너선 모두크(Jonarthan Morduch)와 데이비드 루드먼은 "놀랍게도 마이크로파이낸스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의 생활이 수치상으로 개선되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라고 고백 -> 밀포드 베이트먼(Milford Baterman),「왜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Why doesn't microfinance work?)」-216쪽
동기 부여가 확실하고, 사업에 필요한 기술도 있고, 시장의 압력도 충분한 데다 사업에 온 정력을 기울이는데도 (마이크로파이낸스의) 결과가 이렇게 미미한 것은 도대체 왜일까? -> '구성의 오류' 어떤 사람이 특정 사업으로 성공했다 해서 같은 사업을 하면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218쪽
-> 문제는 가진 기술은 한정되어 있고, 사용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도 제한되어 있는 마당에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마저 얼마 되지 않으니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에는 한계가 있다-219쪽
부자 나라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를 집단적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 우리는 기업가 정신을 너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219쪽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220쪽
슘페터는 '관리형' 경영자가 영웅적인 기업가를 대체하면 자본주의는 활력을 잃고 종국에 가서는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슘페터의 예상은 빗나갔다. -> 영웅적인 기업가는 점점 드물어지는 대신 슘페터가 기업가 정신의 핵심 요소로 꼽는 생산, 공정, 마케팅상의 혁신 과정은 점점 더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 일본 기업들은 심지어 지위가 가장 낮은 생산 라인 노동자들의 창의성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 기업의 성공 신화가 부분적으로나마 여기에 기인한다고 평가한다. -221쪽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222쪽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늘 최선의 것은 아니다(제한적 합리성). 따라서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의 복잡성을 줄이려면 일부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고 있다.
극도로 복잡한 현대 금융 시장과 같은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유한 지식이나 정보가 더 우월해서가 아니라 정부 규제를 통해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여 문제의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24쪽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 중 어느 것이 더 문제인가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이므로 여기서 결론짓기는 힘들다...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대전제를 부정하고 나면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시장 실패 이론 같은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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