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04614.html
 

한겨레 서평에서 퍼왔다. 
  

지적으로 살고 싶은데 너무 바쁘다고?

‘많이’ 읽고 알고 배우기보다
‘꼭 필요한 것’ 골라 끝장을 보라
현대인들을 위한 지적 노하우



〈지적 즐거움〉
P.G.해머튼 지음·박해순 외 옮김/베이직북스·1만8000원


가끔 “머리는 모자 쓰라고 뒀냐”는 핀잔을 듣긴 하지만, 지적인 생활을 이어가고픈 열망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다만 숨가쁜 하루 일과 뒤 온몸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다반사로 겪는 현대인에게, 지적 생활의 매혹은 차라리 가련한 소망이다. 현실과 욕망이 엇갈리는 이 지점에서, 150여년 전 영국에서 날아온 편지 뭉치를 풀어보자. <지적 즐거움>은 예술평론가 겸 작가인 P.G. 해머튼이, “삶에 지친 지적 노동자에게 보내는” 글모음이다. 지적 노동자라 하면 예술가나 작가, 학자 등을 언뜻 떠올리지만, 지은이는 지적 생활의 범주를 이들에게 한정짓지 않는다. 지은이에게 지적인 생활이란 특별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매하고 순수한 진리를 열렬히 추구해가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학식이 높은가의 문제가 아닌,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가는 과정이 지적 생활의 본질인 셈이다. 지은이는 “지적 생활은 마음 깊이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확신” 아래, 지적 즐거움을 한껏 누리는 데 필요한 육체적·정신적 기반과, 시간 활용법, 돈의 효용까지 다양한 조언을 편지글 형태로 모아냈다.

지은이에 따르면, 지적인 생활은 몸의 움직임에 의해 완벽하게 좌우된다. 두뇌를 최대한 좋은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기 생활을 이끌고 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칸트처럼 매일 5시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잔의 차와 한 대의 담배로 매 끼니를 때울 것인지, 괴테처럼 오후 2시에 푸딩과 과자, 케이크를 양껏 먹고 하루 두세 병의 와인을 들이켤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다만, 규칙을 세웠다면 가능한 정해진 패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독서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겐, 주어진 업무를 연구라고 치고, 나머지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면 된다고 조언한다. 다만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관건이다.

‘공평무사한 정신’은 지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교묘하게 논점을 바꾸거나 반대편의 논의를 부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은 지성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부분의 이들에게 매우 부족한 덕목인 탓에,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각오가 필수적이다.



 

» 〈지적 즐거움〉
 
지은이는 “가능한 많은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는 반기를 들며, ‘박학다식’에 대한 환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무턱대고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되면 조미료 하나로 요리 전체의 맛이 달라져 버리는 것처럼, 지성 전체의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지식 탐구는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지적인 생활에서 기억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책을 덮고 나면 내용은커녕 제목도 가물가물한 ‘가련한 기억력’의 소유자에겐, 위로가 아닌 축복의 편지를 보낸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잊어야 할 것은 잊어버리는 진실로 소중한 기억력의 은혜를 입고 있다”며 “기억이 지닌 거부력을 존중하라”고 다독인다.

시간에 쫓겨 늘 허둥지둥댄다면, 되레 책에 대한 강박을 버릴 때 지적인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실 읽으려고 마음먹은 몇 권의 책 중엔 실제 중요하지 않은 책이 끼어 있게 마련이다. 독서의 기술은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건너뛰고 읽는 것이다. 다만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실행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굳은 의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의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류의 묵은 ‘먼지’만 털어낸다면, 19세기 노신사의 애정 어린 편지글은 21세기 현대인이 귀담아들을 만한 삶의 지혜들로 가득하다. “생활은 여름의 산들바람같이 행하라. 여름의 산들바람은 사람에게 때로 고귀한 활력을 주고 때로 완전한 평온함을 준다. 바람이 배의 돛을 펼치고 방앗간의 풍차를 돌리는 것 처럼 …”

진정한 지적 향유와 삶의 즐거움은 내부에서 자연스레 샘솟는 자기만족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150여년의 세월을 넘어 공감을 자아낸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출처] 지적 즐거움|작성자 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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