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시민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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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서 술에 취한 남자가 물에 빠져 죽었다. 그의 죽음은 쉽게 실족사로 결론 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당연한 추리인가. 술에 취한 사람이 오줌을 누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고,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죽었다. 그는 술에 취했으니까. 언뜻 보기에는 한 가지 답밖에 없어 보이는 사건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는지는 경찰이 나서서 조사하고 진상을 밝히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진실한가. 어떤 사람이 진실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누가 알 수 있으랴. 진실은 흔히 들리는 말처럼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과 진실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실과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은주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사실로 믿으면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은주는 강인학을 죽였다. 그것이 진실이다. 이와 같은 이은주의 사실과 진실은 우리 주변에도 거대하게, 혹은 사소하게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만 일단 떠올리면 무서워지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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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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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예전에 누군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분은 거기서 더 나아간 답을 원했지만 평소 생각하던 게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더 이상은 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바로 그 답이 될 듯싶다. 일단 종종 책을 빌려주곤 하는 친구에게 꼭 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그 다음에는 책을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선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책장이 넘어갈수록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오른손에 잡히는 책장이 점점 얇아져도 아깝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으면 되니까.
처 음에는 편지 형식이라 좀 꺼려지는 마음도 있고,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조금 읽다 보니 그런 형식쯤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작가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 책을 마치고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책에 대한 평생의 사랑과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 책에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이한 문체와 전혀 어려울 것 없는 내용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근사한 시각을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그녀와 같은 용기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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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SE - 아웃케이스 없음
존 카니 감독, 글렌 한사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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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한 남자. 한 여자가 그의 노래에 다가간다. 그렇게 그들은 만난다.
두 사람 모두 아직 과거가 되지 않은 사랑을, 혹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들과는 별개로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처음,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의 음악에 겨우 10센트로 환호해주는 여자. 남자로서는 여자의 삶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이다. 낯선 나라에 와서 하루 종일 걸어봐야 몇 푼 되지 않는 돈벌이로 생활을 꾸려가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남자의 음악을 알아볼 만큼의 재능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했을 때 망설이지 않는 용기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간다.
여자는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물음으로써 남자가 굳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과거까지 털어놓게 만든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벽을 세우던 남자도 어느새 마음을 열고 여자의 순수함에 동요되는 듯하다. 하지만 순간, 그가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러한 남자의 실수에 상투적인 반응이 이어졌다면 이 영화도 흔히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여자 또한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므로(아님, 나의 착갈일지도...).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복잡하지 않은 서사가, 과장되지 않고 소박한 이야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과 섞인다. 음악에도 이야기와 감정이 담기므로 서사가 복잡하지 않은 것은 득이 된다.
남자에게서 미완성인 곡이 담긴 cd와 cd 플레이어를 받은 여자가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노랫말을 붙이던 중 망할 놈의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다. 여기저기 뒤지다 딸아이의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며 "나중에 돌려줄게"라고 말하는 여자. 배터리를 사서 cd 플레이어를 다시 작동시킨 다음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여자. 그 노래를 들으면서 감동이 치고 올라와 눈물이 흘렀다. 여자의 처지가 슬퍼 보인 것은 아니다. 그녀의 노래가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처지와 상관없이 그녀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감정이 그랬든 그렇지 않았든 결국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남자 역시 처음에 가볍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를 두고 런던에 가는 것이 안타까울 만큼, 떠나기 전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을 만큼, 그리고 어려운 살림에 덜컥 피아노를 사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돌아온 남편 곁에서 피아노를 치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오랫동안 가슴에서 지우지 못했던 옛 연인을 찾아가는 것이 되어버리지만 그것으로 아름답다.
그들의 감정이 순간의 흔들림일 뿐 사랑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옛 연인에게 돌아가 그녀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게 된다 해도, 다시 만난 남편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그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해도,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그들의 삶의 한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것은 분명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별것이기도 하고 별것 아니기도 하다. 두 사람에게 사랑은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 그저 행복할 만큼 별것이었고, 가슴 한 구석에 간직하고 각자의 끝나지 않은 현재로 담담하게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별것 아니었다(별것 아니라는 말의 어감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사랑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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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fth Child (Paperback) - Vintage International
도리스 레싱 지음 / Random House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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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정말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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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6집 - 여기 내 맘속에
성시경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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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 한 곡 다 맘에 드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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