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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예전에 누군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분은 거기서 더 나아간 답을 원했지만 평소 생각하던 게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더 이상은 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바로 그 답이 될 듯싶다. 일단 종종 책을 빌려주곤 하는 친구에게 꼭 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그 다음에는 책을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선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책장이 넘어갈수록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오른손에 잡히는 책장이 점점 얇아져도 아깝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으면 되니까.
처 음에는 편지 형식이라 좀 꺼려지는 마음도 있고,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조금 읽다 보니 그런 형식쯤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작가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 책을 마치고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책에 대한 평생의 사랑과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 책에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이한 문체와 전혀 어려울 것 없는 내용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근사한 시각을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그녀와 같은 용기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