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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11월
평점 :
내가 사는 동네에서 술에 취한 남자가 물에 빠져 죽었다. 그의 죽음은 쉽게 실족사로 결론 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당연한 추리인가. 술에 취한 사람이 오줌을 누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고,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죽었다. 그는 술에 취했으니까. 언뜻 보기에는 한 가지 답밖에 없어 보이는 사건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는지는 경찰이 나서서 조사하고 진상을 밝히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진실한가. 어떤 사람이 진실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누가 알 수 있으랴. 진실은 흔히 들리는 말처럼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과 진실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실과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은주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사실로 믿으면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은주는 강인학을 죽였다. 그것이 진실이다. 이와 같은 이은주의 사실과 진실은 우리 주변에도 거대하게, 혹은 사소하게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만 일단 떠올리면 무서워지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