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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한번 쓰윽 보면, 미국의 작고 작은 도시 하나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올리브 키터리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있는 단편 모음집 같기도 하다. 책을 덮을 때는 그 모든 삶의 조각, 단편들이 하나로 모아져 삶 전체를 조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씩 장을 넘길 때마다, 읽을 때마다 넘실대는 감동의 파도에 바로 다음 장을 시작하지 못하고, 한번 숨을 내쉬고 살짝 책 표지를 만져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리뷰에는 미국 정서라고 했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을 설정한 스토리나 개개인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금은 건조하게 바라보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설정을 뛰어넘어 이 책이 갖는 '문학적 힘'에 나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이 '올리브'아줌마가 참 좋다. 올리브 아줌마는 학교 선생님이자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엄마, 친구, 조언자, 수다쟁이 등등으로 각장에 매개체로 나온다. 평범한 캐릭터이지만 조악한 도덕주의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누군가 우울할 땐 도너츠를 내밀기도 하는 정이 많은 아줌마. 어딜가나 이런 사람이 꼭 있을 법한, 그래서 이 책에 공감이 간다.
줄거리를 일일히 나열하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읽으면 참 아름다운데, 한두줄로 요약해버리면, 참 그 아름다움이 하나의 팩트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는 '우리가 사는 방법을 진정 깨닫기 전에' '배우기도 전에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설교자 혹은 선생님처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기예와 유머로 진정한 공감대를 만든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읽다보면 생의 빛깔이 나에게 어느덧 스며든다. 읽다가 가끔 '헛'하고 숨이 잠시 일이 초간 멎기도 하는데, 그 짧은 숨은 곧 내게 감동 에너지로 변환하여 삶의 활력을 준다.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