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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읽는 내내 슬펐다. 그 슬픔의 대상이 유진인지, 해진인지, 아님 유진의 엄마인지 알 수 없었다. <종의 기원>은 나에게는 많이 아프고 슬픈 책이였다.
예전에 사람들과 자살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곱디 고운 내아이가 내가 알지못했던 이유로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러한 선택을 한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생각들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두려워 몇날 몇일을 회피하면서 그생각 자체를 잊으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
두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감히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들과 생각들을 의도적으로 저멀리 떨어진곳에 내버려두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해야만 될 것 같아서.. 그럼 덜 힘들고, 불안하니까. 엄마도 불완전한 존재이니까.
유진의 엄마가 혜원으로부터 유진의 이야기를 처음 들을때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모습이 화가 나고, 안타깝고, 슬프면서도 이해가 되었던건 내가 엄마이기 때문이였을까?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분명, 언젠가는 한번쯤 생각해봤을테지만..외면했던 문제들과 마주하게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약에..그때'라는 가정을 누구나 한번쯤은 할것이다. 그러면 우린 대부분 후회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는 그런일이 반복되지않기를 기도하며 반성하게된다.
하지만, 주인공 유진은 형의 죽음의 시간을 복기하면서..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여주는 '만약에..그때'라는 가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서 생각한다. 만약에..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이 아니라, 만약에..그때 엄마가 나의 말을 그대로 믿어줬다면으로 화살을 돌리면서 자신을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유진속에 숨은 사이코패스 기질은 어떠한 계기 (유민형과의 종치기 서바이벌 게임)가 없었다면 평생 드러내지않고 숨죽이고 있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성선설이나 성악설중 어느것을 믿든 나는 둘다 그것은 그것대로 씁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때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無로 태어나서 환경에 따라 선과 악으로 각각 자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결론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싸이코패스는 정말 태생부터 결정되어지는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극한 모성 또한 부성으로 어떻게 발버둥친다하여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일까?
유진의 엄마를 생각해보았다. 최선이였을까? 혜원이 처음에 유진의 본성을 의심하고 이야기를 꺼냈을때 부정하지 않았다면 비극의 시작을 막을 수 있었을까?
막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우리모두의 로망이고 판타지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그때..'라고 가정하고 시간을 되돌려본다고 하여도 유진의 폭주를 막지는 못했을거다. '악의 탄생'을 넋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고 하니 두려울뿐이다.
악의 본성을 외면하고 끝까지 믿음을 잊지 않았던 해진의 죽음이 이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이라 생각하니 슬퍼졌고, 그 불행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생각이 더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