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그 선의 향기
노자 지음, 감산덕청 주석, 심재원 옮김 / 정우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도덕경은 쉽지 않다. 예전 도덕경에 대한 왕필의 주해를 번역하고 해석한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를 읽은 바 있으나 전혀 남는 게 없었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유가경전과 달리 도덕경은 본문 번역, 주해 번역, 역자의 해설을 모두 읽어봐도 그 의미가 알쏭달쏭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은 겨우 알 듯하더라도 도덕경을 관통하는 노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읽기는 했으되 이해는 안되는 찝찝함으로 인해 다른 도덕경 번역본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일관성이다. 부족한 식견으로 짐작하건대 일관성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감산덕청의 주해 자체가 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감산덕청은 노자의 도(道)를 실체와 작용의 이원적 구조로 이해하는 체용론으로 주해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체용론적 해석은 모호하기만 한 도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울러 도덕경 본문과 감산덕청 주해에 나오는 중요한 철학적 개념에 대한 역자의 명료한 해설과 정확한 번역도 책의 일관성에 큰 도움을 주었기에 역자의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노자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자 사상에 한 발 다가서는 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사족이겠으나, 아쉬운 점을 덧붙여 둔다. 역자는 한자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하려고 노력하였는데, 우리말 번역이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한 번역을 한 까닭을 각주에서 상세히 풀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역자의 다른 책인 <장자, 그 선의 물결>과 달리 이 책에는 감산덕청의 주해에 대해 본격적으로 해설하지 않고 최소한의 해설만 각주로 달고 있는데, 감산덕청의 주해 자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자세히 해설하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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