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http://nadle.tistory.com/59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란 거창한(?) 자못 로또(?)스러운 부제목을 단 이 책, 호모 쿵푸스. 이 책의 지은이는 고미숙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든 이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제목도 내가 보기에 도발적(?)이지만, 문체 또한 도발적이다.


대학은 죽었다!

맹목적 질주를 하건 정처 없이 방황을 하건 10대들의 다음 스텝은 거의 다 대학이다.
(중략)
모든 것이 갖추어졌건만, 오직 하나, 교수와 학생을 '스승과 제자'로 엮어주는 지적 파토스가 사라져버렸다. 선후배 간의 지적 유대가 깨어진 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제 대학에선 패기에 찬 논쟁도, 활발한 소통도 찾아볼 길이 없다. 고로, 대학은 더이상 '큰 배움터'가 아니다. 그럼 대학생들은 대체 뭘 하냐구? 취직 시험에 올인하고 소비의 그물에 걸려 허우적대고, 노후 대책에 골몰한다. 청년이라 하기엔 너무 늙어버린 그들.(고미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2007, 그린비, 22-23쪽에서 발췌)


이 문체는 재미있고 힘이 있다. 그래서 종종 부담스럽기도 하고 괜한 적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을 묘사한 위 밑줄친 부분의 글을 읽는다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 기분 좋지 않은 비판도 있지만, 그 비판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은 점은 분명 이 글의 한계였다. 생각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유쾌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좀 더 살펴보자.

1부는 <학교, 공부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다>란 제목으로 학교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학교 공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의 교육.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러 통념들에 도전한다. 공부를 독점하고 있는 학교를 비판하기도 하고, 독서와 공부는 별개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비판하기도 하고, 창의성의 신화(?)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한다.

2부에서는 <고전에서 배우는 미-래의 공부법>이란 제목으로 앎의 코뮌, 공부는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공부법으로 과거의 오래된 공부법으로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 암송과 구술의 장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 강조한다.

3부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학습하라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가 제목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번형 글귀로 보이는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란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삶과, 죽음, 밥을 먹는 순간 등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공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는 선언과 함께.

이 책을 부제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만 보고, 로또식으로 이 책이 자신의 삶을 구원해주겠지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샀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공부하라! 매순간, 그러면 인생이 바뀐다!>란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이 인생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자극을 받아서 공부하면 인생이 바뀔 가능성이 생길 것이란 이야기이다. 인생이 바뀐다는 것도, 돈을 버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과 관계가 깊다.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고미숙이란 사람은 고려대학 고전문학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다. 대학원에서 한 그 공부를 바탕으로, 그 학위를 밑천 삼아, 책을 펴낸 것이 아니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고미숙의 인문학 인생역전에 그 학위는 정말 전혀 도움이 안 되었을까? 그 부분이 걸렸다. 자신이 책 속에서 부정한 제도권 교육과 대학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정작 고미숙씨이므로. 이 책을 고미숙이 아니라, 책 속에 나오는 정말 공부를 좋아해서 수유 너머에 왔다는 그 청년이 공부로 인생을 역전한 이야기를 썼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다. 고미숙씨가 인문학으로 인생역전해서 공부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한 것은 아니니까 이런 비판이 지나친 면도 있을 것 같다. 또, 책이 아닌 다른 매체는 잘 고려하지 않는 점이 걸렸다. 예를 들어서, 잘 만든 영화는 책보다 더 강한 인상과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은가. 독서만 강조하는 것은, 필자의 개인 경험에 너무 치우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호모 쿵푸스의 공부법은 책 뒷면에 써있는 다섯 줄로 잘 요약되어 있다. 옮겨 적어본다.
- 책을 읽어라. 특히 원대한 비전, 눈부신 지혜로 가득 찬 고전을 섭렵하라.
- 소리내어 암송하라. 소리의 공명을 통해 다른 이들과 접속하라.
- 사람들 앞에서 구술하라. 지식과 정보에 서사적 육체를 입혀라.
- 앎의 코뮌을 조직하라. 즉 스승을 만나고 벗과 함께 공부하라.
- 일상에서 공부하라. 질병과 사람, 밥과 몸, 모든 것을 배움으로 변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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