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삶의 관계

돈 사용설명서 - 돈 잘 쓰고 잘 사는 법
비키 로빈 외 지음, 김지현 옮김 / 도솔 / 2011년 1월

제목에 ‘돈’이란 글자가 들어간 걸 보면 재테크 책이 분명하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재테크 책이 아니다. 돈과 우리 삶의 관계를 살펴본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행복할까? 오히려 소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면서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흔히 많이 벌어서 많이 쓰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란 소리다.

그러면서 저자는 돈과 관련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돈을 쓸 때 진정으로 만족을 느끼는가? 내가 쓰는 돈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일치하는가? 꼭 돈을 벌지 않아도 생계 부담이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꼭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이게 가능할까?

저자의 생각을 따르면, 우리가 버는 돈이 생각만큼 크지 않으므로 가능하다. 정확히 우리가 얼마를 벌고 있는지를 알려면 돈을 벌기 위해서 쓰는 비용을 계산해 봐야 한다. 일과 관련해서 쓰는 의복비, 식비, 교통비만 아니라 일을 하기 때문에 드는 비용을 일일이 따져서 버는 돈에서 빼면 자신이 진짜 버는 돈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액수는 우리의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거다. 눈으로만 읽고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잘 모르겠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지 말라. 돈을 위해서 일한다면 “단지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의 생명력”과 맞바꾼 것이 된다. 돈과 일을 분리해서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라.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돈뿐만 아니라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마무리는 꽤 평범하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줄여서 저축을 해라. 이건 재테크의 진리이고. 원문 제목이 『Your money or Your life』인데 본문과 잘 어울린다. 우리말 제목은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부제인 ‘돈 잘 쓰고 잘 사는 법’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표지가 살짝 아쉽다.

인터넷이 우리를 망각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도구들이 우리를 만든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문자의 활용으로 기록을 남기고 표현하는데 익숙해지면 우리의 기억 활동이 멈출 거라고 말했다. 단지 글쓰기만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책은 간단하게 “인터넷이 우리를 망각에 익숙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머리를 쓰지 않게 되고, 바보가 되는지를 설명한다. 니콜라스는 인터넷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증거들을 보여준다.

니콜라스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접고 메신저를 끊어야 했다고 한다. 집중하기 위해서. 하지만 책을 완성하고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저자의 간단한 말이 모든 걸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없이 살아갈 수 없지만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멀리해야 한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버린다는 동질감. 인문과 사회분야 책을 중심으로 한 저자의 독서일기이다. 나름대로 책하고 친하다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모르는 책이 많았다. 한 책 당 한 두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책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줄거리보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많은 책을 짧게 소개하기 때문에 마치 잡지 끝부분의 한 코너에 실리는 ‘이 달의 책’을 읽는 것처럼 뭔가 좀 부족한 기분. 그래도 취향대로라면 읽지 않을 책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수확이다.

책을 읽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주장이나 관점을 알게 될 때 느끼는 즐거움은 꽤 크다. 책에서 소개되는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에 따르면 한국 영화에는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은데, 한국인들이 이 조폭에게 느끼는 감정은 북한에 대한 감정과 비슷하다. 미워하면서도 미국에 대드는 모습에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애증을 가진다고. 그렇기 때문에 조폭영화가 사랑을 받는다고. 오, 새로운 생각이다.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고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극히 일부”만 읽을 수 있다. 매주 한 권씩 읽는다고 하면 한 달에 네 권, 일 년에 오십 권 남짓 정도 읽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골라 읽을까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을 알고자 독서일기 류의 책을 많이 찾아보는데, 사실 그것보다 남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느끼는지 호기심이 더 많다.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 개정판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최진성 옮김, 이다도시 감수 / 물푸레 / 2007년 7월

제철 과일을 많이 먹어라. 물을 많이 마셔라. 많이 움직여라. 다른 다이어트 책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라곤 제철 과일에 대한 찬양이다. 이런 정보는 미국 여자들이면 모를까 우리나라 여자들에게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아닌가? 오히려 우리나라에 더 다양하고 건강한 제철요리가 있다. 그다지 새로운 정보는 없고, 볼만한 건 칼로리를 줄일 수 있는 레시피인데 그것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체중을 줄이고 싶을 때 리크 수프를 먹으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야채를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굳이 맛있는 배를 굳이 오븐에 구워 먹을 필요도 없을 듯. 

글쓰기 연습을 위한 책

글쓰기는 스포츠다 - 문예창작 훈련의 현장
유용선 지음 / 갑을패 / 2008년 7월

운동처럼 글쓰기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연습을 도와줄 참고서 같은 책.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예문을 담는 글쓰기 책을 좋아하는데, 시인인 저자 덕분에 좋은 시를 많이 읽을 수 있다. 문예창작과를 준비하려는 고등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참고서 느낌이 나서 흥미를 자극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