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모양
이석원 지음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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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작가님께서 하셨던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자기가 거짓말쟁이라고 책에 써놓으면, 아 저 인간 거짓말하는 인간이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오히려 솔직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이 책에서도 작가님은 여전히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좋아서, 작가님을 좋아한다. 웃기기도, 슬프기도, 끔찍하기도, 더럽기도, 아름답기도 한 그 모든 솔직함.

 

작가님께 가족은 늘 행복한 지옥혹은 지옥 같은 천국둘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내겐 둘 다 아니다. 행복과 천국은 드물었고, 지옥이 잦았다.-매 순간 지옥이진 않았다. 아니다, 지옥에 익숙해져서 지옥인지도 몰랐나, ,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인데.-

 

여튼, 아주 오랜만에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에 대해 무슨 감정이 남아있지. 한때는 분노, 원망, 슬픔, 증오, 두려움이라는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점차 그런 단어들이 희미해져간다. 이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 않음”, 이것도 하나의 감정인가. 그런데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내게 근 십 년은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기억은 기억이고, 감정은 감정이어야만 살 수 있었달까. 그 모든 감정이 담은 기억을 간직한 채로 사는 것이 죽는 것과 같았달까. 그런데 연습을 아무리해도 숙달되지 않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버리고 싶은 기억들은 버리고 싶어도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하라고? 무엇을? 원한 적도 없는데, 이따금씩 씻다가, 밥 먹다가,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 때문일까. 어느 때는 꿈에서조차.

 

아버지혹은 어머니라는 틀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 한 인간으로 되돌아본다. 그러면 끝내 이런 생각에 다다른다. 한 인간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행동, 하지 못할 행동, 해서는 안될 행동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왠지 오늘 밤에는 서글픈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꿈이 아닌 현실, 내 앞에 주어진 이 현실을, 이 일상을 지켜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님의 말마따나 무슨 일이 닥치든 매일 하던 것을 그게 행해지던 시간에 변함없이 계속하는 것.” 다른 말로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오늘도 나는 글을 읽고 쓴다. 살아있기 위해서.

 


 

*본 서평은 출판사(김영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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