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의 노래 미운오리 그림동화 14
다니구치 도모노리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종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서평을 쓰곤 한다.

서평을 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아이들이 읽는 글을 읽고 싶은 어른 아이의 작은 취미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 어린이날.

때마침 도착한 촉촉한 일러스트가 담긴 동화 청개구리의 노래』를

가득 꺼내 들었다.

원화를 직접 그려 동화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다니구치 도모노리의 그림이 궁금했고

어른 아이인 필자의 마음 한편을 위해 가끔 읽는 이 간결한 문장들이 심플하게 들려온다.

『청개구리의 노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모님을 여의고 흘러가는 무덤을 지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청개구리 소년의 짧은 마음 여행 이야기라 할까?

그가 부르는 비의 노래, 어쩌면 슬픈 노래라는 것은 어두운 주제를 의미하는 것 같고

아무도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상심하게 되는데...

그때 바다에서 만난 고래 친구만큼은 그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며 마음이 밝아지는 작은 성장 스토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거나 직접 읽는다 생각한다면

분명 상징하는 모든 뜻과 암시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한 폭의 그림 속에서만큼은 머물러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을 그림들이다.

무조건 밝은 노래(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쫓는)가 좋다고도 나쁘다고 할 수 없고

반대로 어두운 곡도 그렇지만,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노래만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해해 주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또 처음에는 이해해 주지 못하던 친구들도 언젠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림의 채도가 낮고 어두운 채색이 많지만

그만큼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페이지에서의 환한 하이라이트 또한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기억되게 하는 듯하다.

5월, 빗소리 배경 삼아 조카들에게 읽어 주기 괜찮은 이야기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 -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찾게 된 맞춤형 마인드셋
박성옥 지음 / 영진미디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불안감의 깊이가 깊고 예민함의 농도가 진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안아주고 돌아보고 다듬기 위해 종종 다양한 형태의 심리 서적을 읽습니다.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있어 한동안 읽지 않던 마음을 위한 책을 골라 보았네요.

전문 심리 서적은 아니지만 N잡러로 살고 있는 용감한 중년 여인의 용기 내어 가는 과정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에세이. 


책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는 한 손에 꼭 잡히는 작은 사이즈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장 '나를 직면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2장 '교수보다 호텔 청소부'

3장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4장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기


장은 나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녀 삶의 에피소드를 엮은 그녀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인생 전체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자서전 같은 느낌. 

'우리를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을 사람들의 노파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라는 현명한 글귀를 보아 알 수 있듯 수없이 마음 다잡아 살아온 흔적이 글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더군요. 

그럼에도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철저하게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목표가 없어 허무함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다.'라는 부분에서는 꼭 제 이야기 같아 마음이 저릿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녀는 호텔리어가 꿈이었고 그리고 교수이며 중년을 맞이한 아이의 엄마지만 다양한 모습의 그녀로 도전합니다. 말 그대로 N잡러로.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는 상처. 

'외롭다고 느끼면서도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다.' 

넘어져서 피가 흐르는 것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드 크고 아프게 느껴지는 때문', 

'노동도 치료법'이라는 저자의 삶의 일부가 어쩐지 처지가 같은 부분이 있어 공감을 줍니다. 


요즘 더욱더 요구되고 희망하게 되는 한 가지, 인정과 공감. 

사람들이 그토록 목말라하는 인정과 사랑, 공감은 변함없는 우리 삶의 원동력임을

믿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누구나 저자처럼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을

만약 없다면, 

쓰러지지 않도록 나 자신이라도 나를 믿고 안아주고 지지해 주어야 함을. 

우리는 모두 변수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아름다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나와 잘 지내는 내가 되기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며 글을 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 세상이 노랑과 초록 사이에서 움트는 4월

매년 봄이면 어떤 책도 참 읽기 좋은데

이달 첫 책은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식당에서 두릅도 보이고 봄나물도 유독 맛있는 요즘,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그중에서도 프랑스 미슐랭 셰프들의 이야기라니

확 구미가 당겼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셰프들의 스토리와 레시피를 담은 책은 이젠 많지만

결과물인 요리 사진과 마치 배포용처럼 느껴지는 레시피 몇 개 공개로 꾸려진 책은 그 흥미를 많이 잃게 되었는데 때마침 일러스트를 곁들여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이라니 궁금했고

와인 입문자에게는 기초 서적과도 같이 느껴지는 '신의 물방울(만화)'의 그것처럼 다채로운 미각 표현 퍼포먼스를 담아낸 일러스트가 있다는 것이 책의 큰 재미다.


'미슐랭'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듯

프랑스 타이어 회사의 홍보 책자에 실리던 맛집 소개가 그 이름의 시작이지만

현재는 미식과 맛집의 큰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은 조카와 할아버지, 이 두 남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대화로 보아 기자 지망생으로 보이는 조카는 미식 평론가 할아버지의 직업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게 되는데, 할아버지는 이런 조카에게 미식 평론가 인턴십을 제안하고 이것을 수락하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대화 형식으로 담고 있다.

타라곤과 로즈마리 조차 잘 모르던 주인공(조카) 이 요리 인터뷰를 다니면서

삶과 요리의 매력에 차츰 빠져들어 가는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편안하게 그려낸다.

요리에 그야말로 진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미식 평론가 할아버지의 제안대로,

인턴십을 하는 동안 8명의 프랑스 미슐랭 셰프를 만나 인터뷰를 이어가고 그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고 맛보며 각 재료와 어우러져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와 추억까지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셰프들이 전하는 맛의 철학도 음미하면서 점점 본인만의 음식세계를 어쩌면 인생의 맛을 찾아간다!

한 그릇의 요리가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가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수프를 삼키며 눈물을 흘려보았던 필자로써는 삶과 문화까지도 바르고 풍부하게 인식하게 되어가는 과정에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요리'에 있음을 공감할 수 있다.


어쨌든 인턴 조카는 프랑스 미슐랭 셰프 8인

<알랭 뒤카스(Alain Dutournier), 알랭 뒤 투르니에(Alain Dutournier), 미셀 게라르(Michel Guerard), 안소피 피크(Anne-Sophie Pic), 로랑 프티(Laurent Petit), 질 구죵(Gilles Goujon), 아르노 동켈레(Arnaud Donckele), 기 사부아(Guy Savoy)>


짤막한 듯, 섬세한 그들의 철학과 각 지역만의 개성 있는 식재료들의 소개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정중함, 떄로는 요리사의 관점에서 또 어떤 때는 마치 주인공 인턴 기자가 된 것처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역시 책의 장점이다.

마침내 선보이는 한 그릇의 요리와 맛의 소개를 읽고 있자니 일러스트인데도

요리사들 특유의 풍채나 이미지가 대략 눈에 보였고

요리에서 강조하려는 식재료에만 컬러를 입혀, 집중하게 되고 마침내 침샘이 작동하기도했다.


샤토 디켐의 원 소유주라는 미셀게라르 부분도 재미있었지만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식사를 때우지 않도록' 이었는데

주인공 할아버지의 말처럼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 몸에 대한 주도권을 찾길 바라는 것 같다.

삶도 요리도 모든 과정이 중요하고 또한 잘 이어저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이 맛의 책장을 계속 넘기며

무엇보다 식재료 채집과 탐색에 있어 셰프들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만의 산물, 신선한 제철 식재료가 역시 가장 좋은 재료임을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미라벨 자두, 엔다이브 등 다채로운 식재료들 중 처음 보는 것도 많았다. 이럴 때는 이것저것 찾아가며 읽곤 했다. 얇은 책 같아도 안에서 찾아낸 종류가 꽤 있었는데 미라벨부터 타라곤, 얼음과자인 그라니타, 늘 먹던 캉파뉴가 프랑스 시골풍이라는 것, 홉향을 더해주는 소귀마무꿀까지.

물론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내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기본이지만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임을 각인하게 된다.


각 분야마다 '이것만큼은 진심이다' 하며 던지는 최고 셰프들의 철학의 메시지처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마저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책의 두께나 내용의 분량, 가격은 고가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요리와 식재료, 그리고 프랑스 우수 셰프들의 철학이 무엇인지 관심도가 높은 분이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와인과 음식에 푹 빠져든 분,

이미 프로지만 프랑스 미슐랭 셰프들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할까 궁금한 분,

엄마의 요리가 사실은 최고라는 것을 깨달은 분 그 누구라도 읽기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자풍수 쪽박풍수
지종학.지영학.김남선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잦은 동네의 이동으로 새로운 기거지를 구함에 있어 


내게 맞는 '터'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나는 언젠가 지하 1층의 신축 원룸에서 살던 때 밤마다 몸에서 검은 개미가 기어 나오는 꿈을 꾸던 나날이 있었다. 


그때 역시 피곤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긴 했지만 거의 매일을 그런 꿈을 꾸다 보니 자연스럽고도 부자연스럽게 신축 이전엔 도대체 집이 아닌 무엇이었던가? 동네 주변을 유심히 살피곤 했었고


상수동은 지대 자체가 낮기도 한데 신기하게도 그곳은 아주 오래전 우물 터였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게 된다고 하여 수면의 질이 나아지거나 꿈이 사라지진 않아 힘들어하다 결국 다른 거처를 구해 이사했고 더 이상 벌레가 튀어나오는 꿈은 꾸지 않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8년도 지난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종종 비과학 속에서 혹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께 듣는 삶의 경험에서. 혹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어느 부분에서는 다른 이치가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 의문의 들 때가 더러 있었는데 밝은 장소에서 밝아지고 어두운 날 울적해지는 본질적인 듯한 것들에 대한 궁금함이 많아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지리나 풍수를 잘 모름에도 오래전 시절의 풍광을 떠 올리며 어떤 사람들이 살았던가 돌아보고 그 시간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도 꽤 재미있다 여겨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하였다. 


어쨌든 풍수 책을 고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제목보다는 목차에 끌려 도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목차와 내용 전체는 꽤나 다양하고 방대하지만 개인적으로 


<풍> 부분에서는 


'알기 쉬운 풍수지리 용어 배우기'와 '저기압은 우울증을 유발한다', '바람은 기를 빼앗는다' 그리고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을 담는다'.


<수> 부분에는 


'물길의 길흉 사례'와 '수맥이란 무엇인가' 


<지> 부분은


거의 모두가 생소하고 궁금했지만 '어느 건축가의 명당 실험'이라든가 '망자와 어느 가족의 꿈 이야기', '삼성그룹 선영과 이건희 회장 묘 터'의 내용이었는데 


악몽을 자주 꾸는 필자에게도 그렇지만 요즘 흥행 중인 영화 <파묘>를 보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시기적으로 더 주목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는 그 특성상 이해와 해석의 요소가 다르지만 소재에 해당하는 '이장'이나 '묘 터'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조상과 망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우리의 삶에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오랜 우리의 유교문화


과거의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적이면서도 기묘한 긴 세월의 이야기들을 '풍수지리'라는 또 하나의 관점, 새로운 시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책은 늘 감사한 스승이다. 


그리고 


<리> 부분은 


'지형지세는 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부분에 주목했는데 


유독 요양원이 많은 이 동네에 온 지금의 필자에겐 


실제로 건강과 삶에 직결된 해석에서 확실히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책 <부자풍수 쪽박풍수> 제목만을 놓고 보자면 어쩐지 부자가 되려면 어떤 터로 가야 하는가 하는 단적이고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하면 오랜 세월을 바쳐 풍수지리와 한국학 그리고 부동산학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였고 실제로 좀 더 다각적인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공저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과연 물길은 무엇이고 바람이나 강들이 모이는 지점에서의 기운이라던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풍수지리적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독자인 나 자신의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어 좋았다. 


책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국내 지명으로 바로 알 수 있는 사례도 있고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최대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 애쓴 대목이 많아 이 분야인들의 자부심도 슬며시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궁금해했던 배산임수와 기초적인 풍수지리 관련 용어의 이해와 여태 살아온 나의 집 나의 터를 대입해 보며 다른 각도로 삶을 해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굉장히 습하고 해무가 많이 끼는 지금 사는 곳의 지리적인 궁금함이 비과학 안에서 또 한 번 이해되는 소소한 즐거움을 여러분도 만끽하시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시절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 루이즈 글릭. 2023년 10월 내려온 세상을 거슬러 올라간 후에야 시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유명세에도 저로서는 다소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런 시인들이 있기에 '시'는 여전히 총총 빛나고 있구나 싶었지요.

시집 <내려오는 모습>을 읽고서 그녀의 시를 모두 읽자 마음먹게 되었고 <일곱 시절>도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출간된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시골 생활>도 함께 말이지요.

시집은 손바닥만 한 높이에 아주 얇고 한 권을 사면 얇은 부록이 한 권 더 따라옵니다. (현재까지 읽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들에 한 해)

가벼운 얇기와 무게 덕분에 짧은 겨울 여행 동안 손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고 또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얄팍한 종의 낱장 수를 보면 한 권으로 했어도 될 걸 왜 따로 제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부록 또한 필자의 서평처럼 완전히 하나의 다른 이야기로 부록은, 시집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콕 집어내기도 하고 시를 음미하는데 큰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과 소통할 때도

한글로 옮기며 놓쳐 사라지기 쉬운 것들을 잘 매만지려 노력한 내용이 보이고 이 번역 과정에 대한 글 속에서 시를 대하는 마음과 옮긴이가 시인과 시에 대한 존경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느껴집니다.

필자는 마지막 시집과 시골 생활을 먼저 읽었지만 <일곱 시절>이 최근 서평 한 루이즈 글릭의 두 시집 보다 순서상으로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시집 <일곱 시절>은 루이즈 글릭의 나이 50에 쓰여진 시로 처음 그녀의 시를 읽었을 때 '꾸밈없는 꾸밈'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번 시집에서 또 한 번 느껴지네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시간 그 또한 끝나는가?', '나는 꿈을 꾸었고 나는 배신당했다', '꿈속에서 지구가 내게 주어졌다, 꿈속에서 나는 그걸 가졌다'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첫 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중년의 시인은

잘 흐르는 시간도 잘 흐르지 않는 시간도 매만져 시간 안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일들마저도 그려 드러냅니다. 다양하고도 무수한 많은 움직임들.

엮은이의 말처럼 그녀의 다른 시집 <내려오는 산>에서 제가 느낀 것처럼, 가정생활 속에 나타나는 가족에 대한 내용도 이번 시집에서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기억, 이미지, 허무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불멸할 듯 타오르는 열망들 그 자체에 대한 묘사, 사랑 연인. 필자는 40이 되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 삶의 시절 인연과 감상들을 시인의 시선으로 한 시절 한 시절 만납니다.

한 때로도 불리는 무궁무진한 주제뿐만 아니라 위안과 일상처럼 흔하고 가까운 것까지도 다채롭게 담담하게 써 내려갔네요.

제목이 되는 시를 제외하고도 '감각적인 세상'과 '섬'은 여러 번 음미하고 더 다른 차원의 생각까지도 머물게 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작년 10월 이제는 여덟 번째 다른 시절로 건너간 그녀가 그리웁네요. 그곳에서도 영원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하며 글을 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