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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당신은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조윤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양 고전 도서는 잘도 푸욱 빠져 보았는데
동양의 고전은 어째서인지 그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이 더 멀고 멀어 보여
스스로 탐독을 청하거나 잠깐의 관심조차 가지지 못했었다
문득 세월이 흘러 서서히 중년 중반의 시간에 접어들면서
우연하게도 대학과 중용에서 언급된 글에 큰 공감을 느낀 날이 많았다
동양 고전의 옷깃과도 같은 현자들의 문맥이나 글귀를 우연하게 들으면
그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른다. 혹은 드문드문 '팟-'하고 생각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책을 고르는 일이 대게 즉흥적이기도 하지만
이 즉흥의 선택 역시도 짤막한 순간이 만들어낸 긴 시간의 산물인 것인지...
아무튼 나만 몰랐지, 저자 조윤제 님은 분야에서는 이미 '고전연구가'라는 타이틀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논어>, <맹자>, <사기>, <대학>, <중용>, <신독> 우리 모두 들어봄직한
허나 실로 아무것도 모르는 이동량의 쟁쟁한 고전을, 무려 '신독'에 초점을 두었다고 생각되어 참 읽고 싶었다.
내심 읽기에 지식의 장벽이 너무 높게 묘사되 소개되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아주 오래전 현자들의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현상적 감상처럼
외롭지만 혼자 있기는 싫다는 생각이 늘 압도적이었다
혼자 있기 싫어 군중 속에 몸을 숨겨도 어쩐지 더 혼자이고 싶어지는, 간사한 내 맘 한편이
아직도 마음을 다듬기엔 갈 길이 많이 먼 듯,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말을 많이 뱉을수록 외로워지는 날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임계의 순간은 온다. 참으로 여러 이유로. 오롯이 혼자되는 어떤 순간 아이처럼 덜컥 눈물 흐르는 날도.
무료하고 또 지루해하기도. 소모적인 시간들이 쌓여 자멸하고 스스럼없이 마음을 깎곤 한다.
스스로 아스러지는 날들을 조금 회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좋은 구절이 무수히 많아 몇 가지만 고르기도 어렵지만
막현호은 막현호미, <중용>의 말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라던가
모두가 모르지만 나 자신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혼자 있는 방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단정함
그리고 담담한 도덕경의 구절이라던가
드높기만 한 노자의 낮춤의 철학, 고교 시절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저마다의 가훈처럼 굳건하게 다가왔는데 그 어느 것도 빛나지 않는 구절이 잘 없다.
7개의 장으로 읽기 좋게 분배되어 있다. 따로 제공될 것만 같던 필사 노트는 책의 뒤편에 부록 같은 한 권으로 붙어 있다. 분명 인터넷 등에서 검색해도 넘치겠지만 종이로 만져지는 좋은 글맛은 또 그대로의 매력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글의 의미도 되새기고 마음에도 새길 수 있게 어디에라도 써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오래고 오랜 귀한 글들을. 깊이 탐독하고 또 세상에 소개하기 위해 모으고 다듬어낸 저자가 느꼈을 세세한 감동의 파편. 그마저도 책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초반부터 덮을 때까지. 조금 안다고 우쭐하거나 잘난체하지 않고 뽐내지 않아 외려 유려한 문체 겸손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듬고 수련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내음
고서를 사랑하고 탐독한 자의 글 내음이 난다.
당연하게도 동양 고전의 모두를 담은 책은 아니나 편하게 두고두고 꺼내 읽기 좋은 책이다.
어쩌면 처절하게도 오십이 되어 내가 헤맨 것을 끝끝내 알게 된다 하여도 아직은 생을 살아가야지, 마음을 지키려면 마음을 먼저 볼 수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주는 고전의 묘미
어떤 경지에 이를 욕심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소개된 책들도 언젠가 좀 더 깊이 있게 읽고파지는 것은.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생기는 조건 반사 인가한다.
가식을 경계하고 싶었던 내 마음과 시대와는 다른 도리. 고리타분하다 구식이라는 핀잔에 눈치껏 숨기던 내 마음의 경계를. 마치 괜찮다 잘 하고 있다며 다른 세기를 숨 쉬었던 현자들이 어깨를 도닥여 주는 것 같아 좋았던 책이다. 그래, 당신은 무엇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