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현주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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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1882년에 태어났고 필자는 1982년에 태어났다.

내가 아니더라도 100년도 전에 쓰인 그녀의 글은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큰 감흥과 여운을 주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책은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늘 있었는데

'보편적 관용구'라는 말처럼 평소 내게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이면서 또 하나의 장르와 분위기로 생각됐다.

너무 유명한 에세이지만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당대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는 나의 짧은 지성,

수많은 번역된 책을 보면서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해야 좋을지 혼란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에선 지나치기 일쑤였다.

​

이번에 출간된 자기만의 방 손현주 님의 번역본은 책 소개 내용에

번역의 초점이 '읽는 이의 진입 장벽은 낮추는' 것이라는 소개에 드디어 나도 책을 만나게 됐다.

나에게는 울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묘한 사심을 제외하고도

현재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겪는 마음, 한국 장녀로 살아온 시간, 삶의 경제적인 틀을 반추하는 중년이 된 지금 나에게 어쩌면 딱 읽기 좋지 않을까? 하는 필요의 기대감도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같은 다른 초기 작품들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같이 실린 초기작인 '조안 마틴 양의 일기' 속 조안 마틴은,

자기 주도적인 여성의 삶을 일기처럼 써낸 이야기. 무엇보다 지적 욕망이 높고 감수성이 있는, 사회가 정한 여성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인물이었는데

다른 시공간의 여성임에도 같은 결의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80년대를 살아온 나에게도 수십 년 전 '나만의 작은방'은 꿈이자 로망이자 자유, 해방이었다.

이미 독립한 후에도 집에서 일을 이어가는 지금은 또 다른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

공간은 물리적 여백으로서의 공간보다는 자의식을 가진 여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약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적 정서적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내가 나의 역할로 존재하는 것과,

타인과 사회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 계속해서 부딪히는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에서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그것 이상의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 냈다.

불안과 경제적인 문제 속에서 현실적으로 고민을 해본 여자라면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의 삶에 대한 유연하고도 깊고 예리한 고뇌. 그것이 책에 담겨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고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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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그 어떤 말보다

상속받은 후, '돈과 경제적 자본이 삶의 다른 측면을 제외하고 자신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말이 그 누구에게 아무것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라는 말이, 결국 가장 와닿는다.

많은 천재들과 작가들이 여성의 시간, 여자의 글쓰기, 시대와 다른 나에 대한 사색과 사유를 이토록 깊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내가 겨우 이해하는 만큼, 작은 안녕감을 느끼며 글을 줄인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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