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소중한 내 인생과 관계를 위한 말하기 심리학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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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말하기의 방향을 담은, 말하기에 사용된 내 단어와 표현의 온도에 따라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부제를 적자면 '말의 온도'라고 쓰고 싶다.

좋은 시작의 말이 책의 첫머리에 있는데, 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말을 잘 하는 일도, 능력에 해당하고 그 능력은 학습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나는 어딘가에서 배우거나 누군가 정해준 기준은 없었지만 말을 조리 있게 하거나 마음에 있는 느낌과 할 말을 그르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는 일. 이것이 여태 타고나는 것이라 믿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얼버무리거나 말 문이 턱턱 막히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을 잘 못한다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왜인지 의미가 참으로 다르게 타인에게 전달되거나 터무니없는 오해가 불쑥 생겨나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되는 일이, 살아오며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면의 나를 가꾸는 일이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어 자꾸만 이런 도서를 찾게 된다.

앞에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뛰어난 화술을 갖춘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그렇다. 우리가 배워온 단어의 숲에서 신중하게 단어를 꺼내어 사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책의 전체적 메시지를 담은 글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총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4개의 큰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작은 주제들은 각각의 카테고리와 인접해는 있지만 각개로도 다채롭다.

최근 여러 도서를 접해보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많은 듯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20여 개가 넘는 사례가 나오고 스스로를 상황에 대입, 이해가 쉽도록 소개하는 대목이 많다.

그중 하나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인데, 거친 말들 후에 '내가 솔직한 성격이라 그래, 악의는 없어'라는 말이다.

이 예시는 아주 뼈아픈 이야기다. 이미 말의 칼에 푹 찔린 사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솔직한 성격이라 그래'라니. 솔직해서라고? 그저 말의 훈련이 많이 모자란 사람인 것이었다.

나 역시도 이런 말을 써본 경험이 없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나에게 이런 가시 돋친 말을 듣고 겨우 내가 한 말은 솔직한 성격이라 그렇다는 변명뿐이었음을 생각하니 상대가 느꼈을 아픔이 짐작도 되지 않는다.

'같은 일일지라도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들의 기쁨을 사고,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말 잘하는 사람에겐 기쁨을 사지만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선 미움을 사는 게 아니라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 때로는 대화에서 들었던 한 마디 말이 수년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되살아 나기도 한다.

나는 오래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내가 소개하여 데려온 친구와 나를 함께 세워두고 상사가 했던 말을 6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내게 맡긴 디자인에 수정이 있었고 방향대로 잘되지 않아 질책을 듣던 순간이었다. 친구는 아마도 잘 처리했던 것 같다.

"어쩜 너만 빼고 다 이렇게 쓸만하니"라는 말이었는데, 그때 입가에 돌던 미소와 기묘한 공기마저도 생생히 기억난다.

비웃음이라고 생각되었고 모멸감이 일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툭, 무언가를 하다가 막힐 때에도. 툭 툭. 그 말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요즘처럼 일이 비정기적이 되고 힘들 때는 갑자기 생각난 말에 마음이 먹먹해져 눈물이 샘솟기도 한다.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던 것일까 하는 자존감의 결여로. 어쩌면 아직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책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어떤 소통이든 언어 방면과 비언어 방면 두 가지가 다 있다고 한다. 표정, 자세, 어조, 억양 및 호흡의 빈도까지도.

얼마 전 읽은 다른 도서에서도 '사람 됨됨이가 정직한 것은 장점이지만, 너무 정직하게만 말하는 것은 단점이다. 설령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막말에 적응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가진 슬픔의 상처를 당장은 깨부수지 못했지만 1장부터 4장까지 다 읽고 나니, 내 기존의 모든 틀을 깨야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불완전하고 거친 돌덩이 같다는 느낌과 함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가까운 사람, 그저 목소리만 듣는 사람, 일로 만나는 사람 등 상대가 누구라도 진심으로 그를 가정하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하며 매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말의 내용과 몸짓, 억양.

더 따스한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처럼 갑작스레 떠오르는 말로 누군가 아프지 않기를.

문득,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는 이 프로를 보면서 항상 느꼈었다. 강형욱 강사님은 문제견을 가르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을 기르는 주인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고. 왠지 늘 문제는 개가 아니었고, 그 개를 기르는 주인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개의 행동이 달라지던 그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문제의 견주처럼 내 말의 주인이 나인 것 같았다. 말과 사람이 아니라 내가 문제의 핵심이었음을.

모든 문제의 나아짐은 인식에서 출발하고, 인지한 다음은 아마도 행동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두었던 오래된 밀랍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일.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따른 선순환.

내 몸처럼 마음도 영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소설이나 수필의 도서가 아님에도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달걀은 밖에서부터 깨지면 음식이고, 안에서부터 깨지면 생명이다.'라는 한 기업가의 멋진 글귀도 있었다.

내가 밖에서부터 깨지지 않게 나를 단련하고 사랑해야 함을, 이 책을 포함하여 많은 도서들이 말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몸과 나이만 자라고 마음은 아직 5살 어린아이인 채 머물러 있었던 것은 또 아닐까.

한때 나 역시 단어에 대해 골몰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전속 잠들어 있는 예쁜 단어를 쓰고 싶다는 묘한 욕심. 마치 빨강 머리 앤의 지독한 단어애 처럼, 내게도 말에 몰두하고, 표현에 고민하던 학창 시절이 분명 있었다.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내가 사용할 아름다운 단어를 신중히 골라야겠다.

정감 있는 나만의 특별한 글과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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