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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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한 올 한 올 넘기던 어떤 낮을 생각하며 오늘의 책을 소개합니다.
'사적인 시차 - 우리는 다르고 닮았다.'
저는 제목보다 부제가 끌립니다. 이유는 아마도 표현의 '익숙함' 때문이겠지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어느 이의 블로그처럼, 밤새 해시태그를 뒤져보던 인스타그램처럼. 또는 잊히지 않는 누군가의 페이스북의 그것처럼.
제겐 아주 편안하게 다가온 도서 룬아님의 '사적인 시차'
요즘은 일반적인 삶이 없는 쪽이 오히려 일반적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제가 일반적이라 함은 보통의 직장인을 떠올리고 하는 말입니다. 회사를 다니고 주말을 쉬는 패턴, 혹은 주말과 평일의 일부를 일하고 월요일을 쉬는 그런 형태의 삶을 '일반적인'이라고 묶어 말한다면 너무 편협한? 구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것들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일반적인 틀 안에서 답답함에 몸부림치며 꿈꿔왔던 일탈.
바로 그 일탈을 스스로 행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의 방향을 돌린, 조금은 특별한 분의 책.
그분의 '일상의 기록'을 엮은 도서라고 말하고 싶네요.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더콤마에이>라는 곳에서 스스로 인터뷰를 하고 기록합니다.
인터뷰는 룬아님의 '내 마음의 인터뷰'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인터뷰할 사람을 직접 고르고 대화하고 또 그것을 기록하는 삶.
그리고 그 삶 속의 가장 소중한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내밀한 삶.
어떻게 하여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그런 책입니다.
저는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는_다르고_닮았다'의 구절이 와닿는 이유네요.) 누군가를 지목하지 않았어도 정형화되지 않은 충고와 인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심한 감성을 만날 수 있었고요. 아마 저도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지 더 가깝게 닿는지도 모르겠군요.
평범하지만 와닿았던 몇 개 문장을 조금 소개해보면
'... 내 디자인보다 더 나은 것들이 세상에 넘쳐 흘렀다. 내 욕심과 만족을 채우기 위한 쓰레기를 만들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에 괴로워졌다.'에서, 그리고
'나는 하고 싶은 건 해야 했다. 안 그러면 밤에 잠이 안 왔거든'에서도,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래서 그걸 하면 뭐가 되는데? 이미 무엇인데 뭐가 되느냐니...........' 까지.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동일한 생각의 글에 흡사 제 얼굴에 거울을 들이미는 마냥 재미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창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미 많은 것들이 정점에 다른 현시대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꽤 많은 분이 비슷한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감도 그렇지만 이 책이 매력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애써 뽐내고 꾸미려고 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의 대화를 오래오래 한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채취가 납니다.
누군가를 계몽시키기 위한 책이 아니며 누군가를 의식해서 쓰지도 않은 그런 날 것의 신선한 느낌 때문에 위로가 되었던 책. [사적인 시차]
현자들의 명언을 모아둔 책도 아닌데 구석구석 접어가며 읽어보았던 2주.
개인적으로 짧은 여정이었던 울산과 언양, 그리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기차안에서 항상 저와 함께 달려주었네요.
혹시 지금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는 분이 있다면..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한 구절을 옮기며 글을 줄입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그릇을 가지고 산다.
욕심을 부리면 넘치고,
소심하게 굴면 놓친다.
하지만 넘쳐보지도, 놓쳐보지도 않으면
그릇의 크기를 알 방법이 없다. ' 

- [사적인시차]룬아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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