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면서 가방에 넣은 책은 내 책은 세 권이다. 두 권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한 권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항에서 무게 초과로 걸려 아들이 담은 <진화심리학>은 결국 애들 아빠의 손에 들려 다시 집으로 돌아게 되었고. 내가 가져온 책 중 한 권은 내가 생각해도 뜻밖에 책이었다. 왜 그 책을, 가방에 넣었을까.

물론 한국에 있으면서 내가 내내 한 일은 가져갈 책들을 스캔을 하는 일이었고 스캔본으로 컴퓨터에 넣은 책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는데..어쨌든 나는 이 책을 만지면서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폴란드의 기차 안이다. 길고 긴 여정이다. 싼 비행기를 택한 덕에 거의 이틀 동안 움직이고 있다. 기차를 탄 순간, 내가 그리워 했던 풍광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금세 알아차렸다. 폴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의 선들. 거친 나무의 무리들. 겨울들판을 상상하게 하는 광활한 평야들.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내가 가진 언어의 표현력의 한계에 절망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지만,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도 노르웨이나 아이스랜드에 다녀온 사람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을 어떤 문장에 담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리고 한숨이 푹푹 새어나오면.... 그 답을 내가 담은 저 책 안에서 찾을 수 있을까....

거의 집. 이제 30분 남았네. 이곳도 저곳도 다 내 집이 되어버리고 고향이 되어버린 기분. 오늘은 먼지를 떨고 한국집에서 가져온 먹거리와 옷들을 잘 정리해야겠다.

다들 잘 있기를,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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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 마지막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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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욱신거리는 수술 자국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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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헬싱키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김소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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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들을 읽어보니 거의 비슷한 느낌.
파란색도 따듯한 색처럼 느껴지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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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로 가려했는지를 아주 오래전에 잊었다. 자연스레 손 흔드는 인사조차도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해 본다.
매미소리에 모든 소리가 묻혀서 사라지고 쏟아지는 땀 때문에 눈물도 마르던 시절이었나,라고 떠올려본다.

하여튼, 더운 여름날, 미싱 때신에 스캔기는 잘도 돈다. 짐처럼 느껴지던 자료집들을 다 잘라서 다 파일로 저장해두고 있다. 반나절은 이렇게 복사집 예쁜 언니처럼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다시 돌아갈 시간을 준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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