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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자리를 찾아서 - 김인성의 영국문학기행 1
김인성 지음 / 평민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접해보는 김인성씨의 책이고..처음 접해보는 영국기행기다
김인성씨는 글솜씨가 무척 맛깔스럽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영국의 시인들의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게 쓰여져 있고..
시인의 마을 풍경의 소소한 분위기에 대한 묘사도..친근하고 다정한 말투로
책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유려한 문장력으로 시인의 이야기와 영국의 문화를 이끌어나가다가..
가끔 주제에 벗어나는듯한,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려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해기스라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에서..
"양의 내장을 다져서 귀리죽이나 후추, 향신료 등과 섞어서 양 위장에 꾹꾹 집어 넣은 요리다.
아주 쉽게 말하면 스코틀랜드의 순대 였다.물론 우리나라 순대에 대면 맛도 아니었다.
우리 나라 순대가 단연코 더 맛있는 건 아마 대장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한국 사람들한테 해기스는 별거 아니다."
라는 내용은 왠지 잘 나가는 가수의 노래를 듣다 갑자기 그의 "삑사리"를 듣는 느낌이다.
(대장균때문에 더 맛있는 순대라....정말 즐겁지 않은 비유다..}
밀턴의 동성연애에 관한 소문을 다룰때에 작가는 말한다.
"서양의 소녀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살이 붙고, 비둔해지는데 비해, 소년들 중에는 길고 날씬한 다리와 가는 몸매에 여전히 곱고 아름다운 미성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이러다 보니 아마 남자들끼리의 애정도 생기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서양풍을 흉내내서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끼리 서로 연애도 하는 모양인데, "글쎄"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동성애에 관한 문제를 단순하게 '영국따라하기'로 몰아버리는 시선에는 불쾌감마저 느껴진다.
장님이 된 밀턴의 삶을 다룰때
"그는 자신의 불행한 경험을 작가의 차가운 관찰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준다.그렇지만 그는 자기 경험만을 파먹고, 자기 의식만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지는 않았다. 우린 때로 어떤 경험 하나만을 파기만 하는 작가들을 만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 작가들 중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상흔에 매달리거나. 광주 항쟁에 억눌려 있다든지 분망한 사랑만을 다루려고 하거나, 버림받는 여자들의 인생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가끔은 자기 고통을 넘어서고 , 멀리서 그것을 바라볼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공감하는 바이다...그러나 밀턴의 구체적으로 어느 작품에서 다른 우리 나라 작가들과 차별화를 이루었는지, 에 대한 자세한 예시를 볼수 없음이 아쉽다.('투사 삼손'에 관한 짧은 구절로는 도저히 밀턴의 현실성을 적절하게 넘어선 그 냉철함을 이해하기 힘들다..) 막연하게 대안이 없는 비판을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스코틀랜드의 제임스왕이 영국과의 전투에서 살해 당하고, 잉글랜드의 에드워드가 웨일즈를 쳐부수러 직접 출전했다는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비틀비틀 가마를 타고 열심히 도망가던 조선의 선조 대왕이 떠올랐다."
라는 부분또한..읽다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없는 사실도 아니고. 또 작가가 느낀 솔직한 생각을 악의 없이 적었다 하더라고
어쨌든...남의 나라 모습에 굳이 내나라 흠잡는 그런 모습은...
좁은 소견을 가진..소심한 내 눈에는 거슬리는 부분이다...
50일 간의 유럽의 미술관을 둘러보며.... 일본 미술에 영향을 받은 반 고흐의 작품을 대했을때..
'반 고흐가 한국의 분청사기나 단원의 그림을 대했으면 그는 틀림없이 무릎을 쳤을것이라는
이주헌씨의 글이 생각난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의 화려하고 장대한 문화를 대할때, 작은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약간은 소심해지고 주눅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외국을 나갈때 누구든지 한번쯤은 생각해봤을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느끼고 알아가는것에 있어....먼저 선행되야 할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존경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은 재미있다..
다른 어느 기행문보다 특별한 소재이고...중간중간 작가의 재기발랄한 말투에 웃음이 난다.
없는 얘기 한것도 아니고...글의 흐름상..어찌보면 재밌게 쉬어가는 이야기를
비틀어진 시선으로 혼자 왜곡해서 보고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책에 푹 빠져 꼭꼭 씹어나가며 맛있는 글을 소화시키다가..
갑자기....살짝 사래가 들리는 기분.....
많은 맛있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소화를 잘 시키지 못함은...
어쩌면..이 나이까지도 아직까지 책읽기에 서툴은 나의 미숙함때문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