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내 일은 업무량이 들쑥날쑥하다.

일주일째 하루에 1-2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주는 일이 몰린다.

월요일 아침, 느긋하게 프리셀을 즐기던 중에 나에게 떨어진 미션,

무슨 무슨 조사를 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때부터 바빠졌다.

이번주 들어 평소에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야근을 매일 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일과 모레는 예비군 훈련이다.

예비군 제도에 대한 내 생각은 따로 글로 써본 적이 있는데 그건 차치하고,

아무튼 인생에도, 국가에도 도움이 안되는 예비군 훈련 때문에

이틀이나 새벽에 일어나서 먼 거리를 다녀오는 것이 1차 고역,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마쳐놓고 가야 하는 2차 고역이 나를 괴롭힌다.

 

그럭저럭 보고서를 새벽까지 마무리 짓고

지하철 첫차로 예비군을 가서

피곤하든 어쨌든 하루를 잘 버텨내고

집에 가서 쉬고

다음날 또 새벽에 일어나서 예비군 훈련에 다녀온 후

저녁에는 약속이 있다.

그리고 반가운 주말, 쉬어볼까 할 찰나에

토요일 아침 11시에 면접이 잡혔다.

 

안그래도 3개월짜리 알바가 끝나는 12월이 가기 전에,

아니면 차라리 11월 말일까지만 일을 하고 12월 정도에 제대로 일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며칠 전 업데이트했던 구직사이트 이력서를 보고 전화가 온 것이다.

(그 날 왠지 업데이트를 하고 싶더라니, 하길 잘 했지.)

덕분에 어제는 기분이 묘해서 밤에 집에서 작업하는데 일이 손에 잘 안잡히기도 했다.

 

월/화/수 야근 밤샘 강행군

목/금 예비군 강행군

토요일 아침 면접

토요일 저녁 동아리 모임

 

지난주에도 일요일은 종일 방에 처박혀서 쉬었는데

이번주도 일요일은 아무 것도 안하고 쉬어야 할 것 같다.

 

업무로나, 다른 스케쥴들이나,

참 타이트하게 흐르고 있다.

 

나도 알고 있는 건

세상에 나처럼 인생의 부담을 지고,

피곤하고 남루한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

그래선지, 일을 시작하면서 가계를 짊어진 사람들의 노고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기업이나 군대나 농협 같은 데서 널널하게 돈 많이 받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요새 유행하는 표현을 따라하면

'그냥 이 악 물고 가는 거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너무 고민 않는 거다'

 

 

휴....

이렇게 잠시 글 쓰며 스트레스 푸는 것도 여기까지.

이제 샤워하고 밤 새야겠다. 밤 새면 마무리할 수 있겠지.

안되면 안되는대로 그거라도 정리해서 제출해야지,

'뭐 별 수 없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끝물이라는 말에 월차까지 내가며 북한산에 찾아갔다.

주말에 가도 되지만 주말에는 분명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난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고 그런 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끝물이라는 단풍은 이제 겨우 절정을 지난 정도거나 아직 절정에 닿지 않은 것 같았다.

며칠 더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에는 입구가 아주 많다.

내가 간 곳은 정릉매표소이다.

지도에 휴식년제 적용구간이라는 걸 보고 통행을 막아놓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계곡 휴식년제 적용 구간'이었다.

계곡물이 무지 깔끔하고 맑다.

서울에 그런 운치 있는 곳이 있다니!

 

그런데 며칠 더운 날이 이어지더니 어제 비가 오고 다시 추워졌다.

단풍을 보면서 비가 오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봄에 피는 꽃보다는 단풍이 더 오래 붙어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북한산만이 아니라 나무가 있는 곳은 어디나 단풍이 들었을텐데

반나절 산을 오른 게 전부라니 이 가을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구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인생이란 공중파TV를 닮은 구석이 있다.

내가 보건 말건 그네들은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그걸 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내가 보지 않은 것은 대부분 그대로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내 인생의 2005년 가을에 여느해처럼 펼쳐진 멋진 단풍을

나는 겨우 반나절이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건 사실인데

그렇게 놓쳐버린, 아까운 장면과 순간들은 얼마나 많을까?

....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또 하루 하루가 아깝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해도 여지껏 하던대로만 살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난감하고 외롭다.

도망갈 곳도 없고 하루의 일탈을 꿈꿀 만한 껀수도 없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토익을 보고 왔다.

1997년 여름에 카투사에 지원하기 위해 여름에 두 차례 응시해보고

2001년에 복학 첫 학기 초여름에는 군생활 동안의 변화를 알고 싶어서 응시했고

2003년 여름에는 스스로 테스트도 해볼 겸,

그리고 카투사에 지원하고 싶어한 막내 동생이 시험보는 걸 응원해줄 겸 두 차례 응시했다.

그리고 오늘 또 시험을 봤으니까 총 6번째다.

매 파트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예시 문항들은 8년 이상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아마 토익이 생겼다는 십 몇년 전부터 똑같았던 게 아닐까.

 

2년 전 이맘 때,

일본어에만 좋아하고 영어는 좋아하지 않았던 동생은

카투사에 지원하고 싶어서 초조해하며 영어 공부를 했다.

어릴 때부터 귀엽지만 소심한 구석이 있던 녀석은 시험날에 실수를 했다.

시험시간이 종료되면 곧바로 답안지를 걷어가야 하는데

시험지에 써놓은 답을 답지에 옮겨놓지 않아서 종이 친 후에 허겁지겁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그날 시험을 치러 가는 길에

일요일 아침이라 지하철은 한산했고

날씨는 요즘처럼 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덥잖은 농담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시험 장소로 향하고

시험이 끝난 후에도 뭔가 싱거운 이야길 계속 이어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옷가게에 가고 싶어서 마뜩해하지 않는 동생을 끌고 옷가게에 갔었다.

 

한산한 지하철 풍경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토익 시험장까지의 주택가

그 날 동생과 함께 고른 옷

시험을 치다 마무리를 못해 난처한 표정으로 답지를 채우던 모습

창 밖에 잠시 잠깐 퍼붓다 이내 그쳤던 소나기

이 모든 것들이 기억 속에, 옷장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험장에서 누군가가 답지를 미처 채우지 못해서

답안지를 걷는 사람을 옆에 세워두고 답지를 체크하고 있었다.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난처해하던 동생이 떠오른다.

 

 

차에 치여 머리에서 피를 많이 흘렸던 사고 현장의 사진이나

영안실에서 몇 군데 멍을 빼고는 너무나 멀쩡해보였던,

심지어 머리마저 자면서 뻗친 것처럼 보였던 동생의 모습,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랑은 애처로워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가 받는 고통 때문에, 그가 겪는 슬픔 때문에

나 역시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나 마음이 아픈 것...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다.

 

동생이 가졌던 바램들, 동생이 여행 가고 싶어했던 곳들...

동생이 이루지 못한 꿈들과 스물 두 해의 짧은 삶이 애처롭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2년 전 동생이 시험 마무리를 못했을 때

내색은 않고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줬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 녀석이 얼마나 의기소침해할까,

형의 마음은 너무 애처로웠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토익을 치고 시험장을 나오는 길에

이제 다시 토익은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생의 기억을 평생 잊을리 없지만

가슴 아픈 느낌만큼은 이제 그만 마주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