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물이라는 말에 월차까지 내가며 북한산에 찾아갔다.
주말에 가도 되지만 주말에는 분명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난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고 그런 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끝물이라는 단풍은 이제 겨우 절정을 지난 정도거나 아직 절정에 닿지 않은 것 같았다.
며칠 더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에는 입구가 아주 많다.
내가 간 곳은 정릉매표소이다.
지도에 휴식년제 적용구간이라는 걸 보고 통행을 막아놓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계곡 휴식년제 적용 구간'이었다.
계곡물이 무지 깔끔하고 맑다.
서울에 그런 운치 있는 곳이 있다니!
그런데 며칠 더운 날이 이어지더니 어제 비가 오고 다시 추워졌다.
단풍을 보면서 비가 오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봄에 피는 꽃보다는 단풍이 더 오래 붙어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북한산만이 아니라 나무가 있는 곳은 어디나 단풍이 들었을텐데
반나절 산을 오른 게 전부라니 이 가을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구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인생이란 공중파TV를 닮은 구석이 있다.
내가 보건 말건 그네들은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그걸 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내가 보지 않은 것은 대부분 그대로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내 인생의 2005년 가을에 여느해처럼 펼쳐진 멋진 단풍을
나는 겨우 반나절이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건 사실인데
그렇게 놓쳐버린, 아까운 장면과 순간들은 얼마나 많을까?
....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또 하루 하루가 아깝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해도 여지껏 하던대로만 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