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배반 The Sellout』
폴 비티 장편소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을 풍자로 담아냈다는 책 소개글을 보고 책 내용이 참으로 궁금했다.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은 끊임없이 있어져왔고 한국 사회도 점점 다인종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외에서 계속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더 관심이 갔다. 평등하다 하지만 아직도 만연해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잊을만하면 터지는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 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미국 작가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 그리고 흑인 작가가 바라보는 미국 내 흑인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 The Sellout』(2015)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현대 미국에 노예 제도와 인종분리 정책이 복구되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미국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맨부커상 역사상 48년 만에 처음이다."

자신이 탈고한 모든 작품을 사랑하겠지만, 특히나 이 작품은 저자에게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평등에 대한 현주소를 따끔하게 지적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저서들보다 더 뜻깊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평등이 무엇이고 인종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갖길 바랐을 것 같다.

 

 

 

책은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주인공(Me)이 어떻게 대법원까지 오게 되었는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풍자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행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책을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가 흑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시작한다.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직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간 적도 없다. 빈집을 턴 적도 없다. 주류 가게에서 강도질을 한 적도 없다. (하략)"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렵다"라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것들이 실은 흑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흑인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행동을 한다는 오판.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에 와있는 주인공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사건 번호 09-2606 미(Me) 대 미합중국"은 주인공이 사는 도시 디킨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사라진 도시를 찾기 위해 주인공이 "인종 분리 정책"과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 문제가 된 내용이다. 사실 주인공은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적이 없다. 자의적으로 호미니가 노예가 되겠다고 하며 주인공을 주인님이라 불렀고 강제노동도 없었으며 책의 마지막 부분(재판 이후)에서 호미니는 노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노예제도는 자연스레 사라진다. 어찌 되었거나 이 이야기의 핵심인 인종 분리 정책은 호미니의 생일날 주인공의 연인인 유부녀 마페사의 버스에 쓴 "백인 우대석"이라는 문구에서 착안된 것으로 사라진 도시 디킨스를 되찾는데 사용된 정책이다. 

"그 표지판 때문이야.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평을 하지만, 인종 차별을 보고 깨닫지. 그걸 보면 겸손해져.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게 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깨닫고. 그 버스를 타면 인종 분리의 망령이 디킨스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 같다니까"

그 후 친구 카스리마의 요청으로 학교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도 이 정책을 사용하게 된다. 아이들의 생활태도가 바뀌고 학업성취율이 오르는 것을 보며 주인공과 호미니는 도서관 이용 시간을 백인과 유색인종 이용 시간으로 바꾸거나 영화관 층수 안내를 인종별로 바꾸는 등 끊임없이 인종 분리 정책을 펴나간다. "유색인종 전용"이라는 팻말을 붙인 가게의 손님이 오히려 특별한 손님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하고, 병원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인종 분리 정책이 오히려 디킨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기 시작한다.

"나는 버스를 보았다. 버스를 다른 눈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미션 오일을 땅에 뚝뚝 떨어뜨리는 사소한 권리를 상징하는 40피트짜리 고철 덩어리 이상의 어떤 것으로. (중략) <미국 흑인의 권리란, 신께서 주신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것도 아닌 무형의 것임을 주장했던 바로 그 버스입니다>라고 말하는 광경을 떠올려 보았다."



"(상략) 로스앤젤레스에는 분명히 인종 차별의 파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깊은 우수와 인종적 좌절을 겪는 곳. 로드니 킹의 삶,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 미국이 자랑하던 페어플레이 정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풋힐 고속 도로의 갓길 같은 곳. 트럭 운전사 레지널드 데니를 콘크리트 벽돌과 술병으로 구타하며 수백 년 묵은 불만을 터뜨렸던 플로렌스와 노먼디의 교차로 같은 곳.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수십 년 동안 모여 살았는데 주차장과 핫도그 판매대를 갖춘 야구장을 짓는다며 얻어맞고 보상도 없이 쫓겨난 차베스 러빈 같은 곳. 메사와 센터 사이 7번가는 1942년 일본계 미국인들이 대규모 수용소를 향해 첫걸음을 뗄 때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던 파동 지점이다. (하략)"

책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지만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미국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계속 이어지는데 미국의 역사와 미국 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각주가 달려 있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저자는 미국 사회의 숨겨진 본모습을 까발리기도 하고,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며, 그간 흑인들이 수백년간 수차례 들어왔던 인종 차별적 발언들을 서슴없이 담아내고 있다. 

"(상략) 그리고 이 나라,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고등학생 동성애자 같은 이 나라, 백인 노릇을 하는 물라토 같은 이 나라, 끊임없이 미간의 일자 눈썹을 정리하는 네안데르탈인 같은 이 나라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나라는 공을 던져 맞힐, 호모라고 괴롭히고, 니거라고 짓밟고, 침략하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릴 상대가 필요하다. 야구처럼, 한 나라가 거울 앞에서 몸치장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실제로 거울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시체가 어디 묻혀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략)"

"백인들, <빈 방 없어요>라든가 <방금 마지막 자리가 나갔어요>라든가 <농구공 리바운드해> 이외에는 흑인에게 아무 할 말이 없었던 백인들이, 마침내 우리에게 할 말을 찾았다."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상략) 나는 농부이고, 농부들은 타고난 분리주의자다. 우리는 밀과 겨를 분리한다. 나는 루돌프 헤스도, P.W.보타도, 캐피틀 레코드도, 현재의 미합중국도 아니다. 그 자식들은 권력을 쥐기 위해 분리를 원한다. 나는 농부다. 우리는 모든 나무, 모든 식물, 모든 가난한 멕시코인, 모든 가난한 흑인에게 햇볕과 물을 동등하게 얻을 기회를 주기 위해 분리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다."

사실 주인공이 분리 정책을 펴낸 것은 과거 인종 분리 정책과는 다른 이유에서 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과거 인종 분리 정책은 권력을 쥐고 유지하기 위해 인종 간 차별을 둔 것이라면 주인공의 인종 분리 정책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분리한다는 것이다. 즉, 함께 있을 때는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으니 분리해서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역차별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이 더 좋아졌다는 책의 내용을 통해 현재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와 인종 간 발생하는 불평등함을 알리고, 유색인종으로 하여금 그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혹은 보이는 차별)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평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두 판사의 판결문에서도 나오는데,

"(상략) 비록 인종 분리니 노예 제도니 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피고의 지역 사회를 규정하게 되었고, 그 인종 분리와 노예제를 재도입해서 지역 사회를 재건하려는 시도에 있어서, 피고는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하략)"

"(상략)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분리하되 평등하다>는 정책이 윤리적인 근거에서뿐만 아니라 대법원이 분리가 평등할 수 없음을 발견했기 때문에 철폐되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재판은, 분리가 정말로 평등한지를 자문할 것이 아니라, <분리되고 별로 평등하지 않지만, 전보다 형편은 훨씬 나아졌다>면 뭐가 문제인가라는 데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미 대 미합중국의 재판은 우리가 <분리>와 <평등>이란 말, <흑인>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에서 쓰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 볼 것을 요구합니다. (하략)"


위 두 평결문을 통해 저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즉 인종 분리 정책은 끝이 났지만 비가시적인 인종 분리와 인종 차별이 끊임없이 있어왔고 결국 그것은 모든 인종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이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말하고 있다.

 

 

 

 

"(상략) 역사의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적힌 종이가 아니다. 역사는 기억이며, 기억은 시간과 감정이자 노래다. 역사는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흑인이 신대륙에 팔려가 강제 노역을 하고 노예 해방이 된 후에도 백인들에 의해 온갖 차별을 받아 지금에까지 오게 된 그 모든 뼈아픈 역사는 아직도 그들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미국 내 흑인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지를 속 시원하게 꼬집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초반부를 읽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이렇게 대놓고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할 수가 있을까. 이런 초특급 풍자는 지금껏 만나본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았거니와 미국 사회와 특히 흑인 사회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으니 읽는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의 심오함을 느낄 수 있었고 "대박"을 연발하며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이 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저자가 의미하는 바를 전적으로 다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주인공의 이름이 Me인 것은 주인공을 통해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기도 하지만,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을 Me에 대입하여 이 부조리한 상황을, 불평등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길 원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종차별은 특정 집단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멀리 미국까지 가볼 것도 없이 한국 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 피부색에 따라 친절도가 달라지고 언행이 달라지는 것 또한 인종차별인 것이다. 내가 가해자일 때는 모르지만 피해자가 되면 그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할 뿐이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상략)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자동차 광고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것은 유대인, 동성애자, 도시적인 흑인이 아니라, 꽉 막힌 도로다."

책은 어려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릎을 탁! 치며 "맞네 맞아"를 외칠만한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경쾌한 문장들도 나오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책을 접해보길 권한다. 번역된 책을 보면서도 어려움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로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표현방식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이다.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아쉬움이 많이 남게 읽은 책이라 조만간 다시 읽으며 내용을 곱씹어 봐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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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카페의 모든 것 - 우리 집이 카페가 되는 그 눈부신 순간
황호림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홈 카페의 모든 것』
황호림, 장우열, 최정자, 정한교, 황혜진 공저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즐기는 시간과 공간을 좋아한다. 혼자서는 플랜테리어 된 조용한 카페 창가에 앉아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와 다양한 커피 도구에 관심이 가고 바리스타 수업도 들으며 점점 더 커피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바리스타 수업을 들었다고 해도 벌써 십여 년 전 이야기고 평소 커피를 마시면서도 궁금했던 것들도 있어서 궁금증도 해소하고 싶고 커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은 크게 9부분으로 나뉘고 있다.

PART 1 홈 카페를 시작해보세요
PART 2 다양한 홈 카페 도구
PART 3 어렵지 않게 집에서 커피 볶기
PART 4 나만의 커피 찾기
PART 5 커피의 맛은 커피 추출에서부터
PART 6 커피 잔의 선택
PART 7 쉽게 따라하는 커피 레시피
PART 8 커피에 대한 안목을 높여줄 상식 더하기
BOOK IN BOOK

 

 

 

 

이 부분은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워밍업 하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간단하게 우리나라의 커피문화의 변천사에 대한 이야기와 "브루잉 커피의 매력", "좋은 원두를 즐기는 방법", "생두의 등급", "브루잉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뒤에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맛보기 정도로만 쓰여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PART 2
그만큼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용은 "필터 방식", "인퓨전 방식", "프레스 방식", "보일링 방식"으로 나뉘고 각각에 해당하는 도구들의 특징과 사용법이 나와있는데 상당히 자세한 편이다. 게다가 QR코드를 이용해 각 도구를 이용한 커피 추출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필터 방식에 대한 부분을 잠시 살펴보면 :

 

 

기본적인 핸드드립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핸드드립 시 필요한 도구들, 커피양과 물의 온도 추출 시간, 종이필터 접는 법 등)이 나와 있고, 드리퍼 재질의 차이와 각 제조사별(칼리타, 하리오, 멜리타, 고노) 드리퍼의 차이에 대해서도 안내되어 있다. 또한 반영구 필터와 클레버, 웨이브 드리퍼, 융드립, 그라인드리퍼, 칼리타 뉴칸토리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커피콩을 볶기에 앞서 결점두(흠이 있는 커피콩)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결점두를 읽다 보니 돌이나 나뭇가지 등 커피 이외의 이물질이 들어간 것을 "foreign matter"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전에 스타벅스에서 커피콩을 선물 받았는데 돌이 들어있어 그라인더에 돌이 껴서 고생고생해서 뺐던 적이 생각났다. 

 

 

 

홈 로스팅을 하는 경우 비싸지만 손쉬운 가정용 로스팅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프라이팬이나 뚝배기를 이용해서 콩을 볶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직접 로스팅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등 커피에 대한 열정이 홈 로스팅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책에서는 "채망 로스팅", "도자기 로스팅", "프라이팬 로스팅"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각 도구의 특징과 함께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도자기나 프라이팬을 이용한 로스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채망 로스팅은 상당히 힘들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팔이 너무나도 아프고 채프(생두를 감싸고 있는 얇은 껍질)가 엄청나게 날렸다. 

 

 

 

로스팅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로스팅 정도(라이트-시나몬-미디엄-하이-시티-풀시티-프렌치-이탈리안)에 대한 간략한 특징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커피 추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PART 5와 연결지어 읽으면 좋겠다.

 

 

 

 

커피 재배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전에 키웠던 커피나무가 자꾸 생각났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관리를 잘못 해주고 잘못된 판단으로 가지치기를 해줘서 결국 죽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커피나무는 배수가 잘 되고 양분이 많은 토양에서 키우는데 물도 좋아하고 해도 많이 좋아한다. 커피나무를 키우는데 적당한 온도는 15~20℃고 5℃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는다. 커피나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커피벨트라 불리는 지역에서 커피나무가 어떻게 크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커피 수확방법, 가공방법, 가격 결정과 유통, 수송과 보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후 커피콩 이름에 담긴 의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핸드드립을 하기 위한 커피콩을 사러 갈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 중 하나이다(다른 하나는 각각의 커피콩의 맛과 향).

"생두의 분류 방법 중 고도에 의한 등급 분류를 택한 나라는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이 있습니다. 보통 나라 이름 뒤에 'SHG(Strictly High Grown)' 혹은 'SHB(Strictly Hard Bean)' 등급을 표시합니다. 해당 나라의 가장 높은 고산지에서 커피를 재배했다는 의미이죠."

"생두의 크기는 '폭'을 기준으로 하며, '#'(예 : #20)으로 표시합니다. 스크린 사이즈에 의한 등급을 표시하는 나라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와 인도, 콜롬비아 등입니다. 케나 AA, 콜롬비아 수프리모, 인도 AA 등으로 표시되며 AAA-AA-A-AB 순으로 등급을 나눕니다. 콜롬비아만 유독 자기네 분류 방식을 쓰는데요, 수프리모-엑셀소로 구분하며 수출용 생두에는 대부분 수프리모 등급이 부여됩니다."

"보통 생두 300g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이 안에 결점두가 몇 개 있는지를 검사하는데요, 결점두가 많을수록 낮은 등급을 받아요. G1, No.2 등 낮은 숫자가 붙은 생두일수록 좋은 커피이며, G6, No.8 등 높은 숫자가 붙은 생두일수록 품질이 낮은 커피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커피(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테, 캐러멜 마키아토, 카페모카, 아포가토, 프라푸치노 에스프레소 콘파냐, 비엔나 커피, 사케라토)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커피콩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 이 챕터에서는 커피를 만드는 레시피가 아닌 일반적인 설명만 되어있다.

 

 

 

인스턴트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또한 커피를 마시며 궁금했던 점이었다. 결국 추출된 커피액을 동결분쇄하거나 분무건조하여 만드는 것.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

 

 

 

 

앞서 PART 3의 로스팅 정도와 연결지어 읽어보자. 커피콩이 어떻게 볶아졌느냐에 따라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 초강배전으로 나뉘고 각 그룹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각의 추출법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분쇄도와 커피 맛이 나오면서 그라인더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커피 추출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앞서 PART 2에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한 추출방식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커피 추출 시 유의사항으로 커피의 신선도, 커피의 산패 요인, 포장재, 물의 질과 커피와 물의 비율 추출 온도와 추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이 역시 앞에 읽었던 부분과 연결되는 내용들이라 책 구성면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PART 5였다.

 

 

 

 

잔의 재질에 따른 분류와 설명, 용도에 따른 설명이 나오는데, 각 잔의 특징과 함께 어느 회사의 제품이 유명한지도 안내되어 있다.
에스프레소 컵으로 알고 있는 데미타스 잔을 따로 분류하고 있어서 어리둥절했다. 데미타스가 에소 전용잔이어서 따로 분류한 듯싶다. 

 

 

 

 

이전 PART 4에서 나왔던 커피들은 만드는 방법이 수록되지 않은 커피에 대한 설명만 담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각 커피(카페 알롱제, 카페오레, 비엔나커피, 카푸치노, 아이리시 커피, 로열 커피, 알렉산더 커피, 카페 콘파냐, 카페 젤라토, 카페 글라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었다.

 

 

 

 

커피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커피콩의 특징과 맛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알고 싶었던 내용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매번 커피콩을 사러 갈 때마다 구매한 콩이 아닌 다른 콩들로 추출한 커피는 어떤 맛이 날지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하며 계속 물어볼 수도 없고, 모든 콩을 다 살 수도 없으니 궁금증만 더해갔다. 물론 맛을 글로 배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맛에 가까운 커피콩이 무엇인지, 다른 커피들은 어떤 맛이 나는지에 대해 알고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해당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맛을 전문가는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며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원산지에 따라 각각의 커피콩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고 맛이 어떤지를 표로 정리해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도록 해두었다.

 

 

 

 

마지막 "BOOK IN BOOK"은 부록으로 커피 원두나 도구 구입처에 대한 안내, 추천하는 카페, 영화 속 커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카페라는 곳이 커피만 팔지 않듯이 홈 카페도 커피만 다루는 곳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카페이고 홈 카페 역시 그렇게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카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메뉴는 "커피"가 될 것이기에 그런 뜻에서 "커피의 모든 것"이 아닌 "홈 카페의 모든 것"으로  책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커피와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했는데 커피에 대한 내용보다는 주로 레시피를 다루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이 책은 커피콩 하나가 어떻게 길러지고 수확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어떻게 우리에게 오고 그것이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되는지, 즉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사항을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눈으로 마실 수 있는 커피 사진들도 여기저기 있어 마치 한 권의 두꺼운 커피 전문 잡지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책 내용은 골고루 적당한 분량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으나 구성면에서 내용이 조각조각 난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앞에 나온 내용이 몇 챕터 뒤에 또 나오는 경우가 위에서도 설명되어 있듯이 몇 차례 있었다. 차라리 커피나무를 키워서 우리 입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의 흐름에 따라 내용을 전개하거나 거꾸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가 어떻게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지의 흐름으로 전개하였으면 내용이 분산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 홈 카페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부부들도 많고 지친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편안하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쉬고 싶어하는 싱글족들도 많이 있어 홈 카페 관련 산업이 붐을 이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가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도 잘 팔린다고 하니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커피 머신을 사면 어떻게 조작하는 것인지 사용설명서를 읽거나 사용법에 대한 안내를 받듯이, 내가 마시는 이 음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알고 마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커피에 대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면 『홈 카페의 모든 것』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커피콩을 구입할 때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콩을 구입하는 착한 소비를 하길 바란다. 추가로 이 글을 읽은 모두가 향긋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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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거닐記 - 함께 걸어 보면 좋은 서울 가이드 북
표현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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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 보면 좋은 서울 가이드 북
아이와 거닐記』
/사진 표현준


아이 손을 잡고 매일 밖으로 나가고 싶고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지친다는 점이 항상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특히나 "기승전안아줘" 끝나거나 충분한 시간을 밖에서 보냈음에도 들어가기 싫다고 떼쓰는 것이 제일 힘든 부분이었다. '.. 다른 부모들은 아이와 어떻게 산책을 할까', '다들 잘 다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힘들어 하나' 싶기도 했고, 즐겁게 밖으로 향하는 다른 부모의 산책법(즐겁게 아이와 산책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때마침 아이를 데리고 산책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고, 다른 여행 책자와는 달리 아이와 느리게 걷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는 점이 끌렸다. 장소는 서울에 국한되어 있어 좀 아쉬웠지만, 우선 아이와 즐거운 산책을 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었고 아이가 크면 서울로 이런저런 투어를 다닐 생각도 평소에 하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낸 아빠가 그간의 여행기를 책으로 냈다.

"아이의 인생에도 겹겹이 작은 역사가 쌓인다. 아이와 걷고 기록하다 보니 거리의 풍경보다 빨리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가끔 오랜 기억을 더듬어 함께했던 곳을 찾아가 현재의 모습을 포개어 보기도 했다. 오늘의 산책은 언젠가 미래를 위한 저축인 셈이다. 10년 후, 서울의 풍경은, 또 아이와 나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우리 산책의 기록은 의미가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아이의 성장만큼 빠른 게 또 어디 있을까. 매일 하루가 소중한데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좀 더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시간에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행복한 추억거리들이 한가득 되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PART 01 지역별 가이드 - 상암 지구, 홍대, 상수동/합정동, 연남동, 연희동, 서대문 안산, 정동, 시청/광화문, 북촌(삼청동-가회동), 성북동, 동대문, 경리단길-회나무길, 이태원
PART 02 서울 대표 추천 - 한강, 서울성곽길, 남산, 경의선숲길

 

 

 

 

아이와 함께 산책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인만큼 "아이와 산책 전 필요한 것!"이 따로 안내되어 있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아이에게 어딜 가는지 미리 알려주기, 그림자놀이를 하며 긴 거리를 즐겁게 걷기, 아이의 보폭에 맞춰 느리게 걷기, 포즈 요구하지 않기, 긴 계단에서는 가위바위보, 아이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구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우선 PART 01의 구성부터 살펴보면 :

 

 

산책한 장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둘러볼 장소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다. 이 장소를 왜 선택했는지에 해당하는 "스팟 매력 포인트"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보호자들에게 유용한 "산책 전 알아두세요!"가 있고 주요 유의 사항은 별표와 함께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부분에도 아이와 다닐 때 유의할 점이 나오기도 한다.

 

 

 

 

장소 설명 아래 나온 "스팟 소개"에서 언급된 각각의 스팟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유의 사항들이 담겨있다.

 

 

 

 

해당 산책에 대한 안내가 끝난 후 각 스팟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PART 02에서는 PART 01보다 좀 더 큰 테두리의 장소 설명이 우선하는데, 이때 해당 장소에 대한 전체 지도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PART 02에서는 크게 4곳에 대한 볼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장소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큰 지도를 첨부하여 해당 산책코스가 어느 곳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 후에 각 코스와 스팟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는 세부 지도가 뒤따라 나온다. 이 부분은 PART 01의 구성과 같다.

 

 

 

 

PART 01과 마찬가지로  장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스팟 매력 포인트", "산책 전 알아두세요!", "교통편" 그리고 "별표 유의 사항"이 있어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필요한 정보에 대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책을 훑어보니 전체적으로 장소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 되어 있고, 유의 사항이 필요한 부분은 별표로 표시를 해두었으며 아이와 함께한 추억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 상당히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나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독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아이와 여행을 갈 때 주로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곤 하는데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는 눈여겨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여행책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를 위한 안내사항이 있다는 것, 즉 아이를 데리고 직접 그 장소에 나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아이를 담은 많은 사진들이었다. 아이의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담은 사진들. 나도 우리 아이의 모습을 좀 더 많이 담아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니까.

 

 

 

 

여행책과 육아 기록(혹은 성장 기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와 거닐記』
공원, 산, 박물관, 시장, 역사관, 카페, 서점, 안경점, 문구점 등등 정말 다양한 장소가 나온다. 한 번 산책에 나서면 기본 5-6개 스팟을 돌거나 많게는 13-14의 스폿을 돌았으니 아이와 함께 다녀간 장소가 엄청나고 그만큼 이 가족에겐 즐거운 추억이 많이 쌓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이나 모르고 지나쳐버렸던 곳들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고, 다음 아이가 크면 책에 나온 코스를 따라 여행을 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겠다 싶었다. 같은 장소에서 10년 후, 20년 후 시간이 흐른 후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세월의 변화와 아이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그리고 저자처럼 아이와 함께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여행자의 마음으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우리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현재 아이와 거닐記』를 구입하면 "산책 일기장"이 함께 동봉되어 있는데, 이 일기장의 맨 뒷부분에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는 도장판이 마련되어 있다. 도장을 어디에서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영진닷컴 블로그에 안내되어 있는데 해당 미션을 수행하면 외식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책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서 서울 거주를 하고 있거나 서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도장은 이곳에서 찍으세요 : http://blog.naver.com/ydot/221124907426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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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 평범한 대한민국 여자가 유럽에서 일으킨 기적
켈리 최 지음 / 다산3.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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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켈리 최 지음


처음 책을 보고 "유럽 10개국에 7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40대 아줌마"라고 하니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성공 스토리가 궁금했다. 그리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도시락(책 제목만 보고는 김밥이나 덮밥류 같은 도시락을 생각했었다)을 파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음식을 현지화한 것인지, 어떻게 해서 현지 음식과 경쟁이 가능하게 된 것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내 곧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저자 소개를 보고 그녀도 평탄한 성공가도를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억 원의 빚이라는 것이 말로만 들어도 눈앞이 캄캄할 정도인데 그 상황에 놓여있었던 그녀의 상황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마음고생과 피나는 노력을 했을 텐데, 책 표지를 보면 고생 한 번 하지 않았을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더 빛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책은 그녀의 첫 사업이 망한 이후의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왜 사업이 망했는지를 생각해보며 그녀의 첫 사업 그리고 과거 학창/유학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가까스로 마음을 잡고 일어나 재기하기까지의 준비과정과 행복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 사업이 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사업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예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나도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물론 그녀가 왜 망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회사의 잘못된 운영 체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만, 점점 쌓이다 보면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질  때가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당당했던, 자신을 꾸미고 가꿀 줄도 알던 당찬 여성 사업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거울 안에는 화장기 없는 푸석푸석한 얼굴에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펑퍼짐하게 살이 찐,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은 몰골의 한 아줌마가 서 있었다. 자존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위축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서러움이 복받쳤다."

"비참한 과거에 얽매여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저 잘못된 것들이 쌓여 현재의 내가 된 것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한다. 그리고 밑바닥으로 떨어진 내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지금의 나뿐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울하고 힘들 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고, 위축된 자신의 모습만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를 '자만심, 경험 부족, 공부 부족'이라고 보았고,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점들을 채워나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독서를 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그때그때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읽을 100권의 책을 먼저 선정하고 책의 내용 및 분량과 자신의 스케줄을 맞춰 읽을 시기를 정해 읽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간이 많이 날 때는 어렵고 두꺼운 책을, 시간이 부족할 때는 얇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 것.

"이때 '어떻게 책을 선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흔히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책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독서가 시작된다고 본다.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한 자신만의 책 읽기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는데, 처음에는 인상적인 부분을 검은색으로 밑줄 긋고 그다음엔 밑줄이 그어진 부분만 읽으며 파란색으로 밑줄을 긋고,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으로 밑줄을 긋고, 그다음에는 밑줄 그어진 내용 중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은 노트에 적는다고 한다. 

요즘 책 읽기를 즐기면서 어떤 때는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녀의 독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치 내가 읽는 것은 수박 겉핥기 식의 책 읽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책을 읽을 때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쭉 내 의식이나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책에는 그녀가 추천하는 "사업 공부를 위한 책 100권 리스트"가 있는데 선정된 100권을 "경영/장사 공부를 위한 책", "자기관리를 위한 책", "리더십 공부를 위한 책", "사람 공부를 위한 책", "세상 공부를 위한 책", "마케팅 공부를 위한 책", "거시적 안목과 통찰력 향상을 위한 책",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책"으로 나누어 안내하고 있다. 사업가가 되고자 하지 않더라고 읽어두면 좋을 책들이니 리스트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성공한 사업가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녀는 사업을 잘 꾸려나가는 것만큼 가정도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온전히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일하느라 아이를 위해 쓸 시간이 없다는 건 정확히 말하면 정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아이가 일보다 밀린 것이다. 따라서 아이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시간을 탓하기보다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업을 결혼에 비유한 그녀의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며 책의 내용을 결혼생활과 자꾸 연결 짓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그때 마찰이 생겼었는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더 좋을지' 등에 대한 조언을 얻은 것 같았고, 내 미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자는 분명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끊임없이 말하듯 그녀는 준비된 사람이었다. 사업 면에서 2년 동안 다양하고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사업을 시작한 것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인성과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항상 기준이 뚜렷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상당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자신을 사업가의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주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저자가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에 동의하여 켈리델리도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수확한 식재료(새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하워드 슐츠의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100권의 도서 리스트에도 그의 저서 『온워드 ONWARD』가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 대한 저자의 애정 혹은 그들의 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있다는 것을 저자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타벅스는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어린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농장의 원두는 이용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일을 했으면 합당한 돈을 받는 게 당연하고, 어린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비도덕적인 기업에게 이득을 안겨줄 수는 없다는 게 스타벅스의 철학이다."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2000년대 초반 제3세계 커피 농부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지탄을 받은 후, 공정무역 커피를 도입하며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갔다." - 『명견만리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중에서

 

 

 

사실 나는 타인의 성공 스토리를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이런 류의 책을 읽다 보면 결론은 다 자기자랑만 하고 자신의 업체를 끊임없이 홍보하는 것 같아 책을 읽기가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덜했다. 정말 저자가 힘들었을 때 도움을 구하고 추후에 자신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자신이 어떻게 해서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켈리델리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는 것 같아 읽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책은 마치 "10억 원 빚을 졌던 나도 일어났는데, 당신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하는 것 같았다. 나 같은 사람도 성공했다고. 내가 어떻게 그 상황을 벗어났는지 차근차근 알려주겠다고. 그러니 어서 일어나 함께 뛰자고 하는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여 성공으로 다가가는지를 지켜보았다. 사업에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에는 사업만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나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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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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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장편소설 · 임미경 옮김


지난 2013년 읽었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쓴 조엘 디케르의 신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전작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터라 그의 차기작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그의 새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볼티모어의 서』 양장본으로 제작된 두툼한 두께의 책 한 권이었다. 책을 받아본 첫 느낌은 왠지 모르게 책을 받자마자 나를 압도하며 어서 읽어보라고 유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두께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처음엔 '언제 다 읽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 정도로 내용에 대한 몰입이 높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오랜만에 만나는 조엘 디케르와 마커스 골드먼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첫 장을 펼쳤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커스 골드먼이 이 책에서도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전작에서는 마커스와 절친인 해리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마커스의 가족, 특히 볼티모어 골드먼(큰아버지네 가족)이 내용의 중심이다.

처음 큰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고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그 일"을 설명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뜸 들이며 어쩌다가 "그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마커스의 유년기 시절부터 조금씩 기억의 파편을 모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역시나 전작처럼 마커스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 "그 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좋지 않은 뭔가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을 봐서 가장 비극적인 결말인 죽음을 떠올렸다.

사실 이번 작품은 그의 글에 매료된 내가 그의 글쓰기 방식을 파악해서 인지는 몰라도 내용 전반에 걸쳐 다음 이야기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는 것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었다. 전작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작가의 구성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반전이라 불릴만한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고 전체적인 내용이 내 사고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서 머문 것 같아 아쉬웠다. 예를 들면 처음에 누군가가 마커스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고 '파파라치 아니면 케빈이겠네' 싶었고 대략 어느 정도 그 내용이 들어맞았다. 그다음에도 우디나 루크와의 문제도 추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덮으며 "역시! 조엘 디케르!!"라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내용은 마치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듯 큰 반전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독자에게 크고 작은 문제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그 일"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여 독자로 하여금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힐렐, 우디, 큰아버지 부부, 스콧, 알렉산드라, 네빌 부부, 콜린과 루크 등등... 독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등장과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여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저자와 함께 파헤치고 계속해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풀면서 가장 큰 문제인 "그 일"에 다가갈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과 장치들이 책의 전반에 걸쳐 무수하게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게임을 하면서 1단계를 통과하니 2단계에 들어서고, 2단계를 통과하면 3단계에 들어서는 것과 같아서 책을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상략) 우리가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랄 이유는 없어. 모든 사람은 제각기 달라. 행복이란 있는 그래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

"(상략) 사실 그 일은 깊은 오해 때문에 빚어졌어. 나는 그 당시 오해를 풀기에는 너무 고집이 셌고, 자존심이 강했지. 그런 점에서 네이튼과 나는 공통점이 있어. 냉정을 잃고 흥분해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 외통수로 몰리고 나서야 크게 후회한다는 점에서 말이야."


마지막 무릎을 탁! 치며 "아!"를 외칠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책을 덮으면서 전작에서는 얻지 못한 교훈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책은 질투심에 눈이 먼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얼마나 사람들이 사랑과 관심을 받길 원하는지 그리고 질투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질투심은 근본적으로 다른 대상을 두고 서로를 비교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차이, 차별, 비교가 서로에게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우린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질투심에 사로잡혀 열등감을 느끼거나 우월감을 느끼는 순간, 해서는 안되는 바보 같은 짓들을 하고 곧 후회하곤 한다. 결국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두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거나 누군가로부터 받아왔던 사랑과 관심이 사라졌다고 느꼈을 때 일어났던 것이었고, 질투심에 눈이 먼 자들의 행동을 보며 자신의 감정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게다가 질투심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되어 결국 죽음으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보며 비극은 결국 비극을 낳는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누군가와의 비교 그리고 질투는 마음에 상처만을 남기는 행동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디의 등장이 볼티모어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마커스는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강조한다. 우디, 힐렐과 함께한 골드먼 갱단의 결속력과 그들의 우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건이 끝난 뒤 돌아보면 우디가 볼티모어 골드먼 앞에 나타났을 때, 그리고 네빌 가족이 골드먼 가족 앞에 나타났을 때(특히 알렉산드라가 골드먼 갱단 앞에 나타났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집단 내에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균열이 결국은 전체를 파괴했다는 것을 보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슬픔을 사울은 세 번이나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책의 끝부분에 임종을 앞둔 사울을 통해 작가는 엄청난 슬픔과 불행을 경험한 이들에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 일이라고 하지 마라. 아니타도 그렇게 되었고, 따지고 보면 그 일은 정말 많았잖니? 앞으로도 그 일들이 계속 있을 테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만 해. 불행은 피할 새도 없이 밀어닥치지. 사실 그 일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그 일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거야. (하략)"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서로 성장하게 된다. 언제나 좋은 영향만을 미칠 수는 없을 테니, 서로 상처받거나 힘든 상황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잘 대처하는지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하루를 통틀어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든 이후인데 요즘 낮잠도 안 자고 밤에도 늦게 자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참 힘들었다. 워낙 책 읽는 속도도 느려 책을 읽다보며 어느새 새벽 3-4시가 되어 있었고 그 시간에도 잠자리에 들기보단 책을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잠시라도 눈을 좀 붙이자며 책을 덮는 순간에도 눈은 그다음 쪽을 향했다. 책을 덮으면 그다음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책 내용이 떠나질 않았다. 

비록 전작에 비해 큰 반전은 느낄 수는 없었지만, 내용도 재미있고 구성도 탄탄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전작에서는 얻지 못했던 교훈까지 얻었으니, 오히려 전작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볼티모어 골드먼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희로애락을 볼 수 있었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계속되는 반전으로 혼을 쏙 빼간 전작을 통해 "내가 바로 조엘 디케르다!"하며 등장했다면, 이번 신작은 깊이 있는 내용을 더해 "역시 조엘 디케르!"라고 모두에게 콕 못을 박은 듯하다.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된다. 다음번엔 좀 더 빠르게 그의 새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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