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작가의 성격이나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비야' 라는 인간을 보게 되었다. 한구절 한구절 솔직하고 명쾌한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녀. 난 단지 책을 읽고 있었던게 아니라 신나게 내 앞에서 침을 튀기며 수다떠는 그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녀를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느낌. 이런 감정, 참 오랜만이다. 나뿐만이 아니겠지. 책을 펼친 모든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에 연정을 품게 될 것이다. 그녀를 통해 자극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 우선 이렇게 해 보자. 첫째 양치질 컵을 화장실에 갖다놓고, 둘째 세계전도를 사다 벽에 붙이고, 셋째 하루에 한자씩 한자를 공부하고, 넷째 여행을 떠나자. 그렇게 차근차근 그녀를 닮아가는거다
우리에게 <미져리>, <샤이닝>, <캐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티븐 킹이 불우의 교통사고를 이겨내고 우리에게 자신의 창작론을 소개하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너무 제목에 유혹되지 말아라. 스티븐 킹은 여러분에게 하나하나 숨겨둔 비법을 전수하기보다는, 어렸을때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즐기며,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을 몸소 실천해온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정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타고난 재주도 있었겠지만 그는 언제나 글쓰기를 통해 행복해왔고, 글쓰기를 일로 만드려고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그가 제시하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글쓰기 비법이 아닌가 싶다.
반강제로 방학 숙제를 제출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짧은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솔솔했던 초등학교 시절. 공부가 안되고 사랑에 눈뜨는 사춘기 시절, 괴롭고 힘들때마다 누가 볼세라 꼭꼭 숨어 자물통을 열어 몰래몰래 눈물의 일기를 쓰던 내 고등학교 시절. 여자들이라면 꼭 하나씩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이쁜 스티커 붙여가며 하루 일과를 적거나 앞으로 해야할 계획따위를 커피숍에 앉아서 끄적이던 대학 시절. 그리고 이제는 바삐 돌아가는 회사에서 일의 스케쥴 작성과 오늘 할일들을 잊지 않고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포스트잇에 수첩에 적어내려가고 있다.메모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인생을 가로지르면서 함께 했던 그것이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기획일을 맡고 있는 저자 역시도 메모의 활용을 나와 다를바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이렇게만 쓰고 버린다면 메모라는 것은 분명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잘 활용하면 적어도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도 있고, 하루의 반성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말한다. 꿈을 적는 메모, 세미나 혹은 회의 메모, 인맥관리 메모 등등.. 단지 적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메모를 '정리'해서 잘 모아두면 나중에 자기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주머니 안에 수첩과 펜을 넣고 다니자..그리고 다 쓴 수첩들은 다시 한번 읽고 좋은 메모들은 또 한번 수첩에 메모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잊고 지나칠 법한 메모의 중요성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