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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평점 :

야심한 밤, 심심포차에서 흥미로운 추리극이 펼쳐지는 『심심포차 심심 사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류찬휘. 홍채이색증(양쪽 눈의 색이 다른.. 오드아이)을 가지고 있어 어릴 때 친구들이 괴물이라 놀렸다. 그로인해 트라우마가 생겼고 보육원에서 자라며 그래서 부모님에게 버려졌을거라고 생각한다. 괴롭힘과 버려진 아픔에 찬휘는 인간관계에 늘 버겁고 힘들어한다. 게다가 어느 장소이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찬휘.
내가 다루기엔 너무 인간적인 영역이었다. 관계의 영역. 자칫 잘못 발을 들였다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까 두려웠다. (p.45)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새벽, 진행중이던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의문의 남자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극한 공포를 느끼고 달리다 들어가게 된 심심포차! 심심포차는 전직 검사 서 프로가 차린 가게이다. 일주뒤 폐업 예정인 가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손님은 경찰, 형사들이다. 그들은 심심포차에 들러 자신들이 맡았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찬휘는 서 프로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과 다정함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이후로도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워한다.
겨우 찾은 방법조차도 영원한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유일한 빛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고 싶었다. 그들과 섞이고 싶었다. (p.49)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갔다. 하지만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은 괴물 눈이 들킬까 두려운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다. 일하는 데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섞여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아니, 혼자여야 했다. 그런데 오늘, 오른눈에 렌즈를 넣기 직전에 그런 식으로 쌓였던 원망과 증오의 감정이 갑자기 휘몰아쳤다. 머릿속에서 뒤엉키면서 마음을 온통 헤집어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살아가는 걸까. (p.50)
유난히 찬휘에 대한 친절과 관심을 갖는 서 프로가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그 친절에 찬휘는 조금씩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어느 순간 행복하다고 느꼈다. 행복함도 잠시 그런 찬휘에게는 어둡고 차가운 어린 시절보다도 더 안타까운 비밀이 있었는데... 찬휘가 아픔과 고단함으로 삶을 끝내려 할 때 만난 사람이 서 프로였다. 서 프로와 그 외 주변 인물들 덕분에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 찬휘는 서 프로에게 마음을 꺼내고 기댈 수 있음과 동시에 지난 날의 후회와 반성을 토해내게 만든다. (그게 다 그런 이유였다라니! 찬휘가 편안해지는 것 같았는데.. 한 편으로는 또 누구도 믿을 수 없게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ㅠㅠ)
나는 이곳에서 뒤늦게나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걸 배우고 있었다. 그것이 주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은 평생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행복했다. (p.108)
아무튼. 아마 심심포차 존재는 대반전이 아니었을까.
찬휘가 저지른 잘못도 잘못이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되고, 아픔이 된 사실이.. 때문에 외롭고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려던 찬휘가 너무 안쓰러웠다. 눈이 이상하고 특이한게 아니라 특별하다고 생각해줬다면 어땠을까.. 한 발 내딛었을 때 조금 더 아프지 않을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나은 어른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찬휘의 엔딩은 어땠을까...
왜 내겐 저들처럼 살 기회가 없었을까. 왜 나만 달라야 했던 걸까.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정보를 팔아 정작 나를 감추는 인생을 살아야 했던 걸까. 그런데…… 그렇게 또 모든 걸 눈 탓으로만 돌리는 내 자신이 치가 떨릴 만큼 싫었다. (p.157)
심심포차에서 형사와 경찰들이 나눈 사건들보다도 찬휘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들어보고 싶었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고 어떠한 접근이었던간에 결과적으로는 찬휘의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의 고단함, 외로움, 방황, 치유, 성장... 등 섬세한 심리와 묘한 여운이 남은 『심심포차 심심 사건』 ..
저는 '기억(경험)'과 '우연(운명)'이 우리의 삶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경험이 그 사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그 성격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우연들이 운명처럼 인생을 완성한다고요.
우연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기억은 경험으로 덧씌우는 게 가능합니다. 아프거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물로 씻듯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상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p.210) _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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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