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원고 일부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남유하 소설집 『세상 따위 멸망해도』
<숨은 머리 찾기>
공포감이 담겨 있는 듯 한 제목. 죽은 자가 39일 째 되는 날 무덤에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모습은 두 가지라 한다. 살아생전의 모습 그대로 오거나, 머리가 없는 채로 오거나. 어떠한 모습이든 가장 소중했던 사람에게 온다는 점이 인정하면서도 특이한데.. 머리가 없는 채로 찾아온다면 죽은 자의 머리를 찾아 줘야하는 또 특이하면서 재밌는 스토리.
엠마는 엄마아빠의 머리를 찾았지만 엄마에게만 머리를 돌려줬고 아빠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부모님을 같은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어쩐지 이기적이면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기도 하고... 흠... 그리고 죽는 순간에도 엠마를 원망했던 바이올렛은 엠마를 찾아와 나누는 그들의 속마음.. 어쩐지 가득한 그리움에 그들의 추억과 기억이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죽은 이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닐까? _ <숨은 머리 찾기>
<세상 따위 멸망해도>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나를 해할 때,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는 무너진다. _ <세상 따위 멸망해도>
세상 마지막 날 이루어진 구남친과의 데이트. 세상에 둘만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 뭔가 풋풋한 10대의 사랑이 몽글몽글. 아무도 없는 세상이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과 둘이 남았을 때의 기분이 어떨까하는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낯선 세상에 둘만 남았다면 정말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ㅎ
<비 오는 날>
아빠가 실직한 이후 이상한 소리와 행동을 하는 엄마는 비만 오면 이상한 소리를 내고, 전을 부친다. 술에 취한 아빠는 엄마를 향해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고 엄마의 흐느낌과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화자는 방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다. (휴..) 점점 가난에 가까워지는 집의 분위기. 아빠도 엄마도 변했다. 모두 음습하고 어두워졌다. 엄마는 비가 오면 전을 부친다. 재료는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그저 상상할 뿐. 화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전의 재료가 그것이구나 하게 되는.. 윽..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상상을 일으키는 이야기..
엄마는 고개가 뒤틀린 각도 그대로 가스레인지 앞에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노릿하고 고소한 전 냄새가 난다. 목구멍으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그래도 먹지 않을거야. 나는 눈을 꾹 감는다.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손등이 근질거린다. 나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쥔다. 밖에서는 언제까지고 그칠 것 같지 않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_ <비 오는 날>
남유하 작가님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이 가득 담긴 세 편의 이야기. 다른 이야기였지만 어쩐지 같은 이야기였던 것만 같은 기분.
가정에서의 트러블, 친구와의 관계,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 등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로 전개되는 이야기였다. 결국 가족, 친구, 이성 등 각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사랑이라 말하며 애증이란 감정이 진하게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죽음을 통해 혹은 상대를 괴롭히고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네. 정말. 관계라는 것이.
남은 이야기들도 너무나 궁금하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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