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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
강이라 외 지음 / 득수 / 2022년 9월
평점 :

앤솔러지 소설집 『작은 것들』
작은 어떤 것들에 대한 이야기일까. '작은 것' 말 그대로 작고 사소한 것.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 어쩌면 다소 광범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읽고 나면 그냥 납득이 됨. :D
강이라의 「우리의 공갈 젖꼭지 나무」와 문서정의 「누가 불의 게임을 하는가」 두 편은 가족 구성원으로부터의 고통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금은 다른 성장 과정을 보여준 두 편은 가장 인상 깊은 소설이기도 했다. 「우리의 공갈 젖꼭지 나무」이 과거의 자신을 털어내고 현실 직시하며 집중하는 결말이라면.. 「누가 불의 게임을 하는가」은 현실 또는 지금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결말이다. 사실 「누가 불의 게임을 하는가」를 읽는 내내 부들부들했다. (아니 도대체 ... 아휴.. 진짜.. 한숨 연발.. ㅋ) 그리고 해수가 부럽기도 했다. 해수가 바라던 대로 사람들이 잘 모르고 가족들에게서 가장 멀리 살고 싶어 했는데.. 그렇게 살고 있는 듯했고.. 해수가 아픔을 잘 극복했나 싶어서 문득 응원하게 되었다.
"왜 그런 위험한 게임을 하는 거야? 그건, 네 고통을 덜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잖아!"
나는 담배를 입술에 갖다 대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불속에라도 뛰어들고 싶은데 그럴 용기가 없어서요."
"그럴 땐 말이야, 그럴 땐…… 불의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을 땐 차라리 다른 걸 한번 해봐."
해수가 어떤 거요? 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음…… 차라리…… 차라리…… 그냥 허공에다 대고 라이터를 켜. 지금 한번 해볼게.
(p.162) _ 「누가 불의 게임을 하는가」
그리고... 「굿모닝 손 대리」와 「검은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나」 두 편의 소설도 연관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를 정민을 통해 숨 막히는 현대의 회사 라이프를 보여주는 「굿모닝 손 대리」도 인상적이었다. (와우.. 답답한 이 손 대리야. 얼른 그 회사를 나가란 말이야!! 아효효. 현실의 나는 쓸데없는 샤우팅을....) 검은 고양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증이 남은 「검은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나」 ..
정민은 커피를 뽑아 들고 창가로 갔다. 강변 갈대숲에 새들이 날아오르고 강을 뚫지 못한 햇빛 바늘들이 물 위로 튕겨 나온다. 피식 웃음이 났다. 강물은 언제나 유유히 흐른다는 평범한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어, 유유하다는 말은 왠지 꼰대스럽게 여겨졌다. 다른 단어를 찾아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고 그 사이로 입사 초 고 팀장이 했던 말이 튀어 올랐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민은 사수인 자신과 의논하라던.
"굿모닝 손 대리!" (p.80) _ 「굿모닝 손 대리」
과거와 미래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김도일의 「어룡이 놀던 자리」와 채윤의 「TEASER」. 뭔가 짠하고 안타까움이 들었던 「어룡이 놀던 자리」, 인간을 넘어설 AI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되는 마음이 컸던 「TEASER」 .. ㅋ (아이코...)
저 또한 그 시절의 기억만을 간직하고있었을 뿐, 부끄러움은 옅어져서 정상적인 욕망이라는 뻔뻔함으로 대체되었고 죄책감은 자기합리화로 변질되어 사라졌습니다. 제 안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은 덮어둔 채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고귀한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고 치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저는 제게 주어진 선택 중 가장 비겁한 길을 선택함으로써 두호와 루시아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입니다. 아, 두 사람도 지켜주지 못한 제가 조국을, 민족을, 민주를……! (p.142~143) _ 「어룡이 놀던 자리」
여섯 편의 이야기가 후루룩 읽힌다. 이야기 자체에 몰입도도 좋고 등장인물에 금세 이입된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깊이 다가간다치면 조금은 어려움이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작은 것들'의 제목이 내게는 너무나 범위가 넓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읽고 나면 그 의미를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설명하라면 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나이지만.. 그냥 느껴지는 그 무언가!!! ㅎㅎ
어쨌든. 그냥 단순하게 세상 속에서 티도 안 나는 존재감을 가진 '작은' 내가.. 넓고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작은 것들』 .. 하하.
앤솔러지 소설집은 다양한 관점과 시선에서 각기 다른 매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서 재밌다. 때문에 『작은 것들』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작가님들의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D
#작은것들 #득수출판사 #내면성장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