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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7
세라 온 주잇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평점 :

잔잔하고 평온한 이야기 『뾰족한 전나무의 땅』
이름 없는 화자가 여름을 보내려 작은 어촌 마을 '더닛 랜딩'에 도착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를 불러오고,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화자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환갑을 훌쩍 넘은. 때문에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겪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 그냥 보통의 일상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 그들에게 마을에서 열리는 잔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봐, 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니까. 요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여. 대화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말마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이 기진맥진해지고 말아." (p.95)
소설 속 인물들은 특별한 아니 특출나게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소박하고 평범하고 보통의. 읽는 내내 마음이 평온하게 느껴졌던 『뾰족한 전나무의 땅』
조애나를 기억하고 조애나의 삶을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유독 마음이 쓰였다. 사랑 때문에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던 조애나.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애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우리 모두의 생에는 외따로이 고립된 장소가 있다고, 끝없는 후회와 비밀스러운 행복에 바쳐진 장소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한 시간이나 하루쯤은 동행 업는 은둔자이며 외톨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이 역사의 어느 시대에 속했든 우리는 이 똑같은 감옥의 수감자들을 이해하고 만다고도. (p.126~127)
잔잔한 바람이 살짝살짝 불어오는 여름날의 화창함이 생각이 났고.. 그리움이란 단어가 잔잔하게 남은 소설이었다. 괜히 누군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
이 뾰족한 전나무의 땅에서는 심지어 장례식에도 사회적인 이점과 만족이 있었다. "다음 여름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직 여름이 우리 것이고 나뭇잎이 초록임에도. (p.167)
#뾰족한전나무의땅 #세라온주잇 #휴머니스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