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장법
허진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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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허진희 작가 신작

일제강점기 시대 배경 미스터리 소설 『악의 주장법』 



일제강점기 시대 시인 백오교가 죽고 미카엘이 오교의 집에서 그를 따라 죽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두 사람의 죽음에 조사를 의뢰받은 독초 박사 구희비. 희비는 새로운 비서 차돌과 사건의 현장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죽었지만 꼭 살아있는 사람의 자태로 누워 있는 미카엘이 있다. 찻잔 속 침전물이며 손톱 끝 백색 가루 등 모든 정황이 멍울독의 하나인 '자비초'에 의한 자살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유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한 희비는 자살로 처리된 이 사건의 결과에 의문을 갖게 되고 범인을 추리해가는데... 


쑥처럼 생겼는데 쑥을 닮은 독초였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만들어 낸 독초인 멍울독. 빼앗긴 땅에서 한반도 곳곳에 피어난 독초. 멍울독은 가상의 독이지만 이 책에 속의 멍울독은 비극적인 현실과 시대의 억압, 고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모습들이 종종 등장한다. (환멸. 그 시대의 아픔은 정말 상상할 수가 없다.)  


억울함, 치욕,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무력감에 휩싸여 이 세상을 등진 사람들. 비록 그들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고 해도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었거들. 차돌은 그들을 죽인 진짜 범인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작금의 한 많은 세상을 만든 자들. 그놈들이 범인이다.  (p.55)


희비도 어린 시절 죽음을 경험했었다. 비린쑥을 먹고 죽음으로부터 깨어났지만.. 희비는 나라를 잃은 해에 부모님을 잃었다. 그때의 공포와 슬픔으로 인해 희비는 알 수 없는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기도 했다. 독초 박사 희비에게 사건 의뢰를 한 카논은 일본인으로 약방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비초를 훔쳐 간 자를 찾아달라 하는데... 카논은 오만하고 뻔뻔하고 당당했다. 미유와 쥰, 딸과 아들이 있지만 미유를 대놓고 더 예뻐하는데.. 아.. 그러한 데에는 이유가 있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머릿속이 빙글빙글...) 어쨌든! 연이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에는 자비초가 없어진 것과도 연관성이 있는 듯했는데... 이 모든 사건들의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와. 정말. 몰입하면서 읽은 『악의 주장법』 .. 많은 죽음이 등장하지만 피비린내가 조금도 없는 그저 숨이 멈추었구나 하는 정도의 타격감이 있었을 뿐이다. 진중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밝혀진 범인의 실체에 놀라고, 그의 이면에 또 한 번 놀라고. 정말 소름. 


"자비로운 죽음 같은 건 없어. 그건 네 안의 병증이 만든 썩어빠진 환상 같은 거야. 네 나라의 병증이 너 같은 병자를 만들어냈구나." (p.242)  


미스터리 스릴러이지만 무거운 듯하면서도 잔잔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깔고 독초라는 소재로 신선하면서도 심지어 어딘가 따뜻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아마 희비와 차돌이 보여준 케미와 그들이 보여준 애국, 연민, 희망이 어쩌면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하지 않았을까.... 


악은 바스러지기 쉬운 거라고. 보잘것없는 이유였겠지. 그런 악을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악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악에 물들기 쉬운 법이야. (p.253)  


이번엔 다른 느낌의 작품이라 어떨지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허진희 작가님의 신작 『악의 주장법』 .. <독고솜에 반하면> 청소년 소설도 너무 좋았었는데.. 이번 작품도 난 또 너무 좋았잖아.....




#악의주장법 #허진희 #자이언트북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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