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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지음 / 부키 / 2025년 1월
평점 :

구청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법률 상담소, 세상과 사람의 이야기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이자 천수이 변호사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출근하게 되는데 첫 직장은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세워진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였다. 무료이기에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법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노숙자, 일용직 건설 노동자, 요구르트 아주머니.. 등등 법보다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냄새나는 친구 같은 변호사의 이야기.
남들이 어떻게 그런 시절을 보냈느냐고 물을 때면 나는 대답한다. 그냥 태어나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고, 구불구불한 난곡의 길을 걷다 보니 그렇게 자란 것뿐이라고. 그렇게 다 정해져 있다고. (p.23)
어쩌면 정해져 있을 거라는 그대로 받아들인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누군가를 이해하는 깊이가, 이해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내담자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여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끌어주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같은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세상만사라는 말처럼 천 명의 사람에게는 천 개의 사연이 있다. 이렇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내가 진실 여부를 미리 판단하여 조언할 수는 없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이라고 해서, 내가 임의로 거짓으로 판단해 걸러 들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나를 찾아온 분들의 말이 진실이라 전제하고 답을 드려야 할 뿐이다. (p.79)
책 속에 담긴 에피소드에는 종종 마음이 좋지 않았다. 불합리하고 불평등이 여전했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세상 한 편에서는 바뀌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여전히. 그대로인 세상이 존재했다.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게는 세상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법도 오롯이 사람 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많은 부분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은......
나는 이 계절을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은 겨울도 이렇게 살기로 다짐한다. 다시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아 내년 가을이 올 때쯤에는 나와 상담하고 간 많은 분이 나와 같은 가을을 함께 맞이하길 바란다. 그게 이 일을 하며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그 수확을 얻기 위해 다가올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을 또 열심히 살아 내야겠다. (p.68)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변화를 줄 것만 같은 천수이 변호사의 에세이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법이 당신을 놓아도 당신 편에 서는, 마음 찡한 에피소드가 담긴 사랑이 만든 사람의 진심 법률 힐링 에세이.
가제본으로 책의 일부를 읽어서인지 책의 전부가 궁금하다. :D 더 듣고 싶다.
#사랑없이우리가법을말할수있을까 #천수이 #부키
* 출판사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