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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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기록 『숨결이 바람 될 때』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의 서른여섯의 폴 칼라니티. 길게만 느껴졌던 수련 생활이 끝나가고 이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어느 날에. 폐암 4기 판정을 받게 된 그는 삶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환자를 치료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가 될 줄 알았는데... 『숨결이 바람 될 때』는 그런 그가 써 내려간 2년간의 기록이다..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형형한 빛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비춰주는 에피퍼니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앞길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p.148) 


의사였지만 환자가 되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느니 계속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폴은 수술실로 복귀하여 레지던트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가능하지 싶어서.. 놀랍기도 하고.. 나라면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 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p.180)


그리고 아내가 인공수정으로 임신 성공하게 된다. 조금은 괜찮은 날들을 보낼 수 있을까 했지만..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암이 더 악화되어 의사로서의 삶은 그만... 놓게 된다.  아아아악... 눈물 눈물... 훌륭한 수술을 마치고 간호사와 나눈 대화에 나 오열... ㅠㅠㅠㅠ  


환자를 덮은 천을 벗겨냈을 때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일한 수술실 간호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번 주말에 당직이신가요, 선생님?"

"아니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잡혀 있는 수술은 더 없으세요?"

"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어머, 정말 해피엔딩이군요! 일이 정말 끝난 거네요. 전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선생님은요?"

"그럼요. 저도 해피엔딩을 좋아하죠."  (p.211) 


 

점점 더 아픔이 심해지는 가운데 아내는 아이를 출산하게 되고.. 좀 더 많은 날들을 함께하면 좋았을 텐데...  딸이 8개월이 되던 해 폴은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폴이 미처 완성하지 못해 아내 루시가 마지막을 집필하였다.. (흐어.. 그것도 슬퍼...)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마음이 먹먹해졌다.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p.228)  이 문장이 왜 이렇게 슬펐나 모르겠다. (ㅠㅠ 잠시만 울고 올게요. ) 완전하게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로서의 모습에 나는 그저 눈물만... 너무 젊은 나이에.. 조금 더 살 수 있는 날들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게 아쉽기만 하다. 모든 게 절망스럽기만 하다. 아마 나는 지금처럼 그런 감정들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의연해야지 하면서도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폴은 그러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 정말 그 말이 맞다..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울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죽음에 대해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살아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지 누구도 모르는 이 삶을.. 덜 후회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에 읽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연말 혹은 새해에 의미 있는 선물을 고른다면. 100쇄 기념 에디션이라 또 너무나 예쁘기까지 한 『숨결이 바람 될 때』 을 추천해 본다!   정말 추천. 완전 추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읽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아.. 슬픈데.... 좋았잖아... ㅠㅠ)   



#숨결이바람될때 #폴칼라니티 #흐름출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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