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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ㅣ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0월
평점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20주년 기념 개정판
이 소설의 주인공 유미. 중학생이고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재혼으로 터울이 많은 남동생이 있고 유미에게는 혼란스러운 가정환경이다. 교복치마를 짧게 입고 담배도 피며 귀를 뚫는 유미는 다른 또래 친구들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유미에게 관심을 보인 건 또 다른 주인공 재준이다. 유미와는 단짝 친구로 이어가는 사이가 된다.
어느 날 재준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다. 재준이의 엄마는 유미에게 재준이의 일기장을 전한다. 유미가 재준이에게 크리스마스에 선물해줬던 파란색 그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의 처음에 기록된 문장에 일기장을 쉽게 읽지 못하는 유미.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꼭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 처럼 이런 문장이 있을줄이야. 일기장 안에는 감옥같은 엄마,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아빠, 여전히 짝사랑중인 여자애 그리고 싫어하는 별명인 짱구라 놀려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여자사람친구 찐친 유미. 마음이 아프지만 유미는 재준의 일기장을 보면서 재준이를 조금 더 알아가고 재준이와 인사를 한다.
내가 어른이 되고, 늙어 가도 너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직 덜 자란 소년으로 남아 있겠지, 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너는 그렇게 풋풋한 소년으로만 남아 있겠지, 이 바보, 나쁜 놈, 왜 못 타는 오토바이는 탔냐구? 내가 못 타게 한다고 나한텐 말도 안 하고 나쁜 놈, 친구 말을 들었어야지, 이 나쁜 놈…… (p.34)
재준이의 일기장에는 '나는 이미 죽었어, 하고 생각했더니 눈앞에 펼쳐진 하루가 한없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p.95~96) 라고 적혀있었다. 재준이가 정말 자신의 운명이 그리 될 줄 모르고 일기장 처음에 쓴 문장은 아마도 어쩌면.. 시체놀이를 통해서 깨닫고 답답한 일상에도 조금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싶어 시작한 말이 아닐까..
안타깝고 안타까운 재준의 죽음.. 처음 책을 읽고나서는 재준이처럼 나도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눈앞의 하루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래가지 못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매일 오는 하루가 정신없고 언제 왔었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금세 갔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하하. 변명이고 핑계이려나.. 아무튼!! 재준이도 유미도 각자가 느끼는 하루와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둘은 친해질 수 있었는지도....
2018년 7월에 제목에 끌려 구입해 읽은 책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막 책 읽기에 빠져들어가는 시기에 만난 책이다. 그런데 벌써 20주년이라니.... 이경혜 동화작가가 처음으로 썼다는 청소년 소설이다. 그 당시에 읽었을 때랑 마음이 조금 다름을 느껴졌다. 그땐 그냥 재준의 죽음에 안타까움과 슬픔이 크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외에 것들이 크게 보였다.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부모의 위치와 존재의 여부 또한 자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어른들이 주는 영향력 그런 것들에 조금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어른이 해서 나쁜 짓이 아니라면 아이가 해서도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해서 나쁜 짓이라면 그건 어른이 해도 나쁜 짓인 거야. (p.75)
어른들은, 세상은, 나한테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갑자기 뒤통수를 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 입기 싫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마음 열고 싶지 않았다. (p.81)
더 세련된 표지로 새롭게 출간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나도 재준이에게 이제 이만 인사를 해야할 것 같다.
잘가라, 재준아, 이제는 떠돌지 말고 편안히 잘 가라…… (p.179)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소년은 물론 성장통을 진하게 겪고 있는 어른에게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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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