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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3킬로미터
이요하라 신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평점 :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감성 미스터리 『달까지 3킬로미터』
지구과학 전문 연구가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지닌 소설가 이요하라 신. 과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달까지 3킬로미터> 표제작을 포함해 <하늘에서 보낸 편지>, <암모나이트를 찾는 법>, <덴노지 하이에이터스>, <외계인의 사랑>, <산을 잘게 쪼개다>, <새내기 후지산>..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 표제작인 <달까지 3킬로미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을 곳을 찾는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택시기사를 우연히 만났고 택시기사의 안내에 따라 달과 가장 가까운 장소로 향하게 된다. 산길 깊숙한 곳이었는데 '달까지 3킬로미터'라는 안내판까지 도착한 두 사람. 가는 동안에 택시기사와 남자의 대화에 마음이 짠하기도. 어딘가 현실의 고민과 두려움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점들이 공감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용기가 없었다. 겁먹은 걸로 비치기 싫었다. (…) 현실을 직시하기 무서워 눈을 감았다. 우려의 목소리를 듣기 두려워 귀를 막았다. (…)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이라는 고약한 본성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국면에 튀어나온 것이 불운이었다. (p.23) _ <달까지 3킬로미터>
남자의 걱정과 고민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인생이 참.. 모두가 뭐든 수월하게 잘 풀리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남자는 부모님의 그늘에서의 불안이 문장들을 통해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버지와의 갈등도 참.. 씁쓸하게 느껴졌고.....
나고야 맨션을 정리하고 본가로 돌아왔다. 마흔넷이나 먹어 연금으로 생활하는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자신이 진심으로 한심했다. 결국 철은 안 들고 나이만 먹었던 셈이다. 비빌 언덕이 있었기에 각오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멋대로 살 수 있었다. (p.30)
표제작 <달까지 3킬로미터> 뿐만 아니라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벼랑끝에 몰려있거나 막다른 골목에 가있다. 삶의 의욕없이 죽을 곳을 찾는 남자, 부모님의 불화와 입시 스트레스에 탈모까지 온 초등생, 가족에게 헌신했지만 누구에게도 고마움과 관심을 주지 않는 주부의 삶,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의 길에서 자신감을 잃은 사람 등등.... 좌절과 실패와 트라우마를 안고 거의 삶을 포기하기 직전의 이들이 각자 받은 상처와 위로는 과학지식으로부터 받는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아닐까. 각자 위로하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이 상처를 위로하고 한 번 더 힘을 내보라고 등을 쓰다듬는 것은 가족의 사랑도 친구의 응원도 인생 선배의 진신 어린 조언도 아니라, 달과 눈과 화석과 바닷속 퇴적층과 산과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다. 말하자면 '감성'이 아니라 자연과 과학의 '팩트'다. (p.299~300)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지구과학과 문학의 만남이라니. 표제작만을 언급했지만 그 외 단편도 잔잔하고 매력적이었다. 신선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이 참 좋았던 『달까지 3킬로미터』 .. :D
#달까지3킬로미터 #이요하라신 #비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