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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ㅣ 새소설 15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평점 :
"우리 나이가 한참 늙기 바쁜 나이래." (p.149)
난주, 미경, 정은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십대에 다녀온 뒤로 25년 만에 함께하는 여행. 오십을 앞둔 마흔아홉의 그녀들. 익숙해진 나이의 지금이지만 눈부신 청춘이 있었다. 지금은 요실금과 탈모, 우울증, 갱년기가 기다리는 오십대를 앞두고 있다. 오랜 친구이지만 또 자주 보지는 못했던 친구들이다. 각자 사느라, 바빠서. 미루고 미루고 그러다 보니 25년이 흘렀다. 어찌어찌 시작된 여행!
난주는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젊은 시절을 다 바친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에게 둘려싸여 집안일에 시달리고 싶었다는 말에 나까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끊임없이 식구들을 위해 움직이고 싶었다는 난주. 남편도 아이들도 이제 알아서 살 수 있다는 데에 난주는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럴만도 했다. 나라도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참... 안쓰럽... ㅜㅜ
정은은 열심히 산다. (누구나 그렇지만) 아침엔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낮에는 급식실에서, 밤에는 설거지 알바를 한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을정도로 바쁘다. 하는 일마다 이상하게 잘 되지 않았고 자꾸만 빚은 늘어만 간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자금 상황. 버거워하는 정은. 이번 강릉 여행은 아마 정은에게는 현실 도피였을지도....
미경은 미경대로 하루하루가 버겁다.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 미경이 돌봐야하는 엄마. 그리고 성희 언니와의 관계. 유독 미경의 인생에는 미경이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미경의 삶도 참....
??미경도 난주도 정은도.. 정말 하나같이 짠하다. 왜 공평하게 아름답고 편안하게 살 수 없는걸까.. 셋은 여행이 끝나갈 수록 서로 애틋해졌다. 그들을 보는 나의 마음또한 그랬고... 3박 4일의 여행이었지만 그들의 이십대 청춘부터 마흔아홉까지의 시절을 몽땅 본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금세 익숙해지는 유쾌한 그들의 관계가.. 읽는동안 참 좋았다.
남들은 도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살 수 있는 걸까. 때가 되면 여행을 가고, 주말마다 외식을 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고, 비용을 지불하며 취미를 배우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참 쉽게 해외로 여행을 가고, 참 쉽게 평수를 넓혀 이사를 가는 사람들.
(p.86)
_ 나도 너무 똑같은 생각을 하곤 하는데. 지금도 늘 궁금한.... 진짜..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다들 잘 사는거지... 하아...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니까 너무 난감해하지 마. (p.149~150)
_ 와, 정말. 문장에 딱! 마흔아홉을.. 40대를.. 곧 오십대가 있네...
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완전 팬이 되어버렸는데... 나는 이 책도 너무 좋았다. 난주, 미경, 정은의 화려하고 우아한 삶은 아니지만 옆집 언니같은... 친근한 언니들의 수다, 그 나이의 천연덕스러움이 좋았던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
#우리가안도하는사이 #김이설 #자음과모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