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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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강지영 작가의 성장 소설 『엘자의 하인』



주인공 양하인은 도시 개발 이전의 파주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열두 살의 하인에게는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와 살림을 하는 아빠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하인의 집에 세들어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 모녀가 등장하는데.. 바깥채에 세들어오게 된 모녀는 시내 술집에 출근하는 혼혈인 스텔라와 그녀의 딸 엘자이다. 하인과 동갑인 엘자는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피부마저 하얗다. 엘자는 작년에 죽은 하인의 강아지 컴온과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똑같이 생긴 것도 놀라운데 강아지의 이름이 하인이다. 


"네가 엘자의 하인이 돼야겠다." (p.110)



하인의 시선에서 엘자는 볼수록 묘한 아이였다. 밖에 나갈 때는 언제나 선글라스와 양산, 장갑까지 착용했다. 남들과 다른 옷차림과 어떠한 상황이 닥치면 주문을 외운다는 소문 때문에 마녀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낯선 모녀 덕분에 마을은 소란하다. 스텔라에게 관심이 생긴 동네 아저씨들은 친절이 지나치고, 하인은 물론 많은 소년들이 엘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하인은 엘자를 도와주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엘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온통 꽁꽁 싸매고 외출하던 엘자는 햇빛에 약한 아이였다. 그런 엘자를 도와주는 하인.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는 엘자. 하인이 엘자의 양산을 들어주면서 그 둘은 점점 친밀해진다. 이렇듯 삶에 누군가 등장했다면 누군가는 사라지는 법칙에 의해(?!) 하인의 외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저주를 부르는 주문이 아니었다. 엘자의 달뜬 열을 내려주는 해열제였고, 아픈 상처를 잠재우는 진통제였다. 순택이가 물에 빠진 건, 푹한 날 썰매장을 연 주인의 과실이었고, 옥선이의 팔이 부러진 건 겁 많고 호들갑스러운 그 애 이모 탓이었다. 섣불리 넘겨짚고 저주라 단정한 내 착오였다. 게으른 배 과수원 주인이 죄 없는 까마귀를 의심한 꼴이었다.  (p.204~205) 



어린 시절이 생각나게 할 만큼 생동감있는 마을의 분위기가 인상깊었다. (옛날엔 그랬지.... 이웃들하고도 잘 지냈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쥐....)  제목으로만 봐서는 판타지 소설이 강할 것 같았는데 그보다는 현실적인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양한 캐리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엘자와 하인의 풋풋한 사랑, 어른이 된 그들의 모습에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모두가 겪고 있는데.. 그게 왜그렇게 새삼스럽던지.. 커보였던 엄마아빠가 작아보이고.. 탱탱하고 맑을 것만 같았던 나도 어느새 칙칙해지고.. (응?)  아무튼... :)   


(아, 근데 똑같은 비주얼이라는 엘자의 개 하인과 사람 하인의 개 컴온의 조금 더 특별하고 재밌는 판타지 설정이 있었다면 그것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자에게 개하인의 목줄을 넘겨받는 순간, 가슴이 짜르르하고 온몸의 관절이 삐걱대는 동시에 소름이 빽빽이 돋아났다. 게다가 지난번 함께 걸었을 때처럼 딸꾹질까지 나와 겨우 삼키느라 볼썽사납게 끼룩대야 했다. 특이할 만한 거라곤 엘자의 장갑 낀 손이 아주 잠시, 눈 깜짝할 사이 내 손에 포개졌다는 것뿐인데 어째서 몸이 주인을 배신하고 제멋대로 노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엘자가 내게 마법이라도 건 걸까. 삼장법사가 오공이 머리에 금고아를 씌워 꼼짝 못하게 했던 것처럼, 엘자 역시 제멋대로 나를 부리기 위해 맘속으로 주문이라도 외웠는지 모른다.  (p.139)


곁에서 할머니가 해준 말이 있었다. 얘, 인생은 말이다, 닥치는 대로 사는 거야. 우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이 없어.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p.262) _ <작가의 말 중에서>   ...   가장 좋았던 문장! 인생에 예기치 못한 일이 닥쳐도 울지 말고 강인하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모로 그러지 못한 지난 날들이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앞서 읽었던 작품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2013년에 출간했던 작품을 개정한 작품이라한다. 결말만을 바꾸어 썼다는 『엘자의 하인』 .. 결말 너무 맘에 들었음..!!  :D  어쩐지 나는 이 책을 덮고 나니 뭔가 따뜻하고 구수하고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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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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