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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평점 :
저는 날개를 태어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어요. 날개가 없었으면 행복했을 텐데." (p.67)
2001년 창원에서 태어난 허무한. 도시 외곽의 촌구석에서 허무한의 부모님은 바닷가에서 회를 팔며 살았다. 무한이 태어났을 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안개에 특별한 아이임을 짐작했다. 크게 될 아이라며 아빠는 무한에게 서울에 가야 한다고 했고, 무한 역시 서울로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라면 자신이 빛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가득했던 무한.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는 무한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기와는 다른 분위기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품위가 느껴지는 서지현을 만나게 된다. 지현과 수준을 맞춰보기 위해 과외를 시작하고 어느 날 과외 학생 어머니는 무한에게 제안을 한다. 값은 두둑하게 줄 테니 자신의 아들에게 헌혈을 부탁한다. 무한이 가진 마법은 A급이었던 것. 그로부터 이야기의 전개는 점점 무르익는다.
무한, 현채, 지현, 혜정 다시 무한의 시점으로 엮이고 엮인다. 각자의 시점에서 각자의 시선의 이야기가 한층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중 아무래도 무한의 시점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현실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다. 분명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인물이지만 무한의 환경과 생각과 시선이 너무너무 현실적임. (진심 리얼 이입)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되는 거예요. 우물 밖의 드넓은 세상과 우물 안을 비교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우물 밖에서 오래 살아도, 우물 안에서 가졌던 습성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요. 그 중간에서 그 중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우물 밖에도, 안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p66)
마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최상위급의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한 무한. 기대했던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은 없다. 무한뿐만 아니라 무한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상황들과 등장인물들에게서 인간 내면의 갈등, 불평등한 사회, 인간의 욕망과 탐욕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분명 '마법'이 등장하는데 꼭 정말 일어날 법한 현실보다 더 리얼한 판타지 소설이었다.
허무한이 어릴 때부터 꿈꾸던, 서울로 상징되던 더 나은 세상, 더 완벽하고 빛나는 세상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선망하던 세상은 허무한이 자신의 고향에서 맡았던 비린내 같은, 아니 그보다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을. (p.73)
서울.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더 완벽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그런 세상의 기다림을 기대했던 무한과 어느 날의 나와 오버랩이 되었던 부분의 문장.. 참.. 아름답고 반짝반짝이던 서울이었는데 나만 그림자였지.... 흠...
그리고 굉장히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읽는 내내 너무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아마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ㅋ) 아, 정말. 진심. 몰입감 쩔어! 심너울 작가님의 작품은 <꿈만 꾸는 게 나았어요>만 읽어봤는데 이 책으로 완벽하게 입덕. ㅋㅋ 와. 재밌었어. 눈앞에 영상이 휙휙 넘겨지는 것 같은 영화 보는 것처럼 리얼했고 생동감 있는 SF 판타지 소설 『갈아 만든 천국』?
내가 무한이었더라면.. 무한과 동일한 선택을 했을까? 21세기에 마법이 통용되는 무한과 동일한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음.. 나는.. 일단 역장을 빼는 시술을 받은 후의 부작용을 완벽하게 알아본 후에 선택하지 않았을까... ㅎ (생각만 해도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망가지는 건 싫어...)
재능과 노력이 있어도 영 답답한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씁쓸했다. 누가 그들의 선택에 돌을 던질까. 이게 다 주변 환경이 만들고, 사회가 만들어낸.. 그리고 인간이 가진 욕망 때문인 것을... 하지만 엔딩은 완벽했다.
아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더더더더더. 이번 소설 너무 좋았네. SF 판타지 소설 장르 좋아한다면 완전 추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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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