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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직업의 수명을 보여드립니다 『기대 수명 시네마』
11차 배우 지망생 송세린. 배우의 꿈, 배우가 되겠다는 집념 하나로 극단에 들어가지만 제대로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다. 연기력도 있고 재능이 있지만 이상하게 캐스팅에서는 불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배우가 아닌 연출을 하고 있는 세린은 결국 배정된 배역에서도 후배에게 빼앗기고 만다. 홧김에 극단을 나온 세린은 '기대 수명 시네마'를 발견하고 들어가게 되는데...
배우로서의 기대 수명이 '0'이 나온 세린. 게다가 점장의 무례한 말 때문에 오기가 생긴 세린은 시네마 내 '재연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한다. 6개월 계약직 재연배우로 시네마에서 일하게 된 세린은 직원들과 함께 합을 맞추며 성장해간다.
'기대 수명 시네마'는 직업 데이터 센터와 영화 제작사도 가지고 있다. 총체적인 관리는 하는 시네마, 직업 기대 수명 측정에 유용한 자료수집을 하는 직업 데이터 센터, 직업 DNA 정보를 검수하고 편집해서 영화화 시키는 영화 제작사. (와. 정말 기발하다... ㅋ)
시네마에서 세린의 주 업무는 자신의 직업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을 대신해서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 직업의 서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재연배우이긴 하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는 세린은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배우 지망생 세린을 비롯해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직업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기대 수명 시네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나운서 엄마를 둔 아들이 엄마에게 전하는 말이었는데.. 누구의 엄마보다는 엄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응원의 말이 참 뭉클했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든든한데 어른도 아닌 아이가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과 직업군의 이야기들을 들어 볼 수 있는 『기대 수명 시네마』
"기대 수명도 적혀있지 않는데요?"
세린의 것과 비슷하긴 했지만 분명 달랐다.
"맞아, 실종자야."
"네?"
"자신의 직업 기대 수명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인간. 직업의 기대 수명을 관리하는 우리에게 이런 인간은 실종자인 거고.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야 하니 미제 사건 같은 거야."
"기대 수명이 갑자기 왜 사라지는데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 나도 잘 몰라. 이제 네가 직접 그들이 돼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해." (p.41)
세린은 눈물샘을 꽉 잠그고 싶었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세린을 사라는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고여 있을 수 없는 인생이라 흐르는 강물 같은 삶을 살아서 외로움도 따랐겠지만, 덕분에 우리가 만났잖아요? 시네마 사람들에게 세린 님은 보석이에요. 그리고 세린 님은 자기 삶에서 길 잃었던 이들이 비로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줬어요. 정말 고맙고, 참 잘하고 있네요. 아무튼 내색 안 하는 점장과 배우 덕분에 오늘 시네마는 빙하기였답니다. 직업 데이터 센터도 시네마 쪽 눈치 보느라 혼났어요. 방금 건넨 말은 거기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일게요."
사라의 토닥임에 세린의 마음은 서서히 잔잔해졌다.
"세린 님,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에 성실히 임하는 배우가 되어주세요." (p.202~203)
직업.. 나도 회사 다닐 때는 20대 초반에 다녔던 첫 회사를 제외하고는 이직할 때마다 나는 이 회사가 마지막이어야 해. 여기서의 일이 나의 마지막 직업이어야 해.라는 마음으로 다녔었던 그 시절. 하지만 현실은 도와주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이 싫어 떠나게 만들었고, 회사가 사정이 좋지 않아 떠나게 만들었고 결국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그대로 서 있는 나만 남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의 직업 기대 수명은 정말 제로인 셈.... 씁쓸.... ㅠㅠ
어쩌면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길 위의 여러 갈피 중 자신만의 꽃 갈피를 발견해 피워 내는 것일지도 몰라요. (p.323)
그래.. 정답도 없고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는 가봐야 아는 건데.. 뭐가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이거나,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겠거나, 그냥 이런 마음들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기대 수명 시네마』!! 책 속 곳곳에 긍정의 메시지로 조금 희망적인 내일을 기대하게 되는 마음도 생기고.. 담담한 위로와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힐링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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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